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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1. 최고의 3분이다.

대작 드라마의 모든 갈등이 정점에 달하는 최고의 순간도 있고, 숫자에 연연하는 이들이 꼽는 최고 시청률의 1분도 있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 프로그램 편식이 좀 심하다는 것을 전제로, 근 10년 안의 최고의 3분이 나왔다. 바로 무한도전이다.

사실 이번 식객프로젝트는, 무한도전이 그동안 만들어 냈던 쟁쟁한 대형 프로젝트와 비교할때 좀 밋밋했다. 임팩트가 없어서 였을까, 반대로 구설수는 많았다. 정준하 밉상 논란에, 영어논란에, 음식비하 논란이 일었다. 뭐 개인적으로 이런 구설수를 보면서 든 생각은, '저 사람들은 턱시도 차려입고 정좌하고 앉아서 무한도전을 보는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이었다. 물론, 주말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데 음식의 소중함과 영어실력과 예의바름을 찾겠다는걸 비난할 수는 없다. 뭐, 나는 저런 소재의 논쟁에 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느낌정도랄까?

짜증이 났던건 찌라시들의 호들갑이었다. 중앙일간지부터 듣보잡 인터넷 신문까지 화면캡쳐와 인터넷 댓글 ctrl+c, ctrl+v한후 제목만 자극적으로 뽑아 낚시질에 동참했다. 삼족을 멸하던 봉건시대도 아니고 개인의 이름을 놔두고 '타블로형'이라는 개념없는 단어를 쓰며 낚시를 하는 '기자'라는 인간들이 정준하의 예의없음을 지적질하고, 이런 제목 장난질로 트래픽이나 노리는 '편집자'들이 길의 음식장난을 비하했다. 정말이지 웃기잡는 일이다.

무한도전의 비틀즈 패러디 '미안하디 미안하다'는 이런 호들갑에 대한 무한도전식 화답이다. 팬과 시청자들에게 "재밌으라고 한건데 눈에 거슬리셨나요? 그럼 다른걸로 웃겨드리죠"라고 말하는듯 하다. 구설수들마저 웃음으로 버무려 식객 프로젝트의 훌륭한 디저트로 선사하니 진정한 식객은 김태호피디를 포함한 무한도전의 제작진이다. 

무도의 이번 비틀즈 패러디는 가히 '최고의 3분'이라 부를만 하다. 어떤 프로그램이 외부의 논란까지 프로그램 안으로 버무려 이런 명장면과 유쾌한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래서 정말이지 "무한도전, 사랑하디 사랑한다"



파트 2. 미안하디 미안하다가 사과?

이 패러디의 제목 '미안하디 미안하다'에서 쾌감을 느낀건 나 뿐일까?

대부분 논란을 겪은 프로그램이 내는 사과는 '정중히 사과합니다'이다. 방송의 공공성 혹은 허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사회에서 논란에 대한 사과의 제목을 '미안하디 미안하다'로 뽑을수 있는 프로그램, 연예인은 없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은 논란에 대한 패러디의 제목을 '미안하디 미안하다'로 뽑았다. 머리숙여 사과할 만한 죄를 지은게 아니라 '우리의 웃음코드를 이해하지 못했다니 유감이다'고 웅변하는 듯 하다. (괜히 이런 이야기를 덧붙이는게 혹여 '무한도전 사과의 진정성 없다'는 고리타분한 또다른 논란이 될까 무섭기도 하다.) 유감을 가진 시청자들에게는 사과를, 이 웃음코드에 열광하는 나 같은 추종자들에게는 또 다른 열광거리를 동시에 던져준다.

논란이니 비판이니 호들갑을 떨며 달려들었던 하이에나 기자들을 향해서도 '이렇게 해명했다'와 같은 기사거리를 던져주는게 아니라 '미안하디 미안하다'고 던진다. 찌라시에 대한 조롱마져 느껴진다. 더 짜릿한건, 이 기자들이 '무한도전 사과'라는 기사를 또 써내고 있다는 거다. 게시판에서 건진 댓글를 '논란'으로 만든 기자들이 이번에는 '미안하디 미안하다'라는 패러디에 '사과'라는 엄숙함 표현을 가져다 붙인다. 패러디 하나로 기자들이 "초딩 각하가 메롱이라고 언급하셨습니다"와 같은 글을 쓰게 만들어 버렸다. 통쾌하기 그지없다.

무한도전, 진정으로, 사랑하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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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리얼버라이어티 2위가 아닌,
"크로스오버 버라이어티" 막강 1위!


무한도전 좀비특집에 대한 기사와 블로그포스트들을 보다가 든 생각을 포스팅해 봅니다. 대체로 이번 좀비특집에 대해서는 혹평이 대세더군요. 특히나 이름도 낯선 연예신문들은 낮은 시청률을 근거로 들며 이번 좀비특집을 실패로 규정합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대세인 시대에 리얼버라이어티의 원조 혹은 대표격인 무한도전의 약발은 다한 걸까요... 이 질문이 쫄쫄이 시절 무모한도전의 광팬이었으며 아직까지 토요일 저녁 약속은 잡지 않으면서도, 단 한번도 쓰지 않았던 연예프로그램에 대한 포스팅을 쓰게된 이유입니다. (무도빠란 것을 미리 밝혔으니, 읽고보니 알바네...와 같은 리플은 금지입니다)

무한도전, 리얼의 홍수 시대에 진짜 '리얼'을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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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모든 채널은 리얼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합니다. 전국의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시골마을을 찾아가며, 심지어는 결혼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버라이어티의 오락성을 위한 설정일 뿐, 단어의 뜻 그대로의 리얼이 아닙니다. 리얼버라이어티는 오락성을 위해 설정(리얼이 아닌!)된 틀 안에서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패턴으로 진행됩니다. 멤버들의 돌출행동이라는 변수를 가지고 있을뿐 전반적인 설정과 소재라는 상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즉 러닝타임을 채울만한 충분한 설정이 존재하기에 주말 황금시간대에 안정적인 방송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번 무한도전의 좀비특집은 이런 상수를 변수가 뒤집어 버리는 '리얼함'을 보여준 방송입니다. 설정(기획)과 준비로 봐서는 족히 3주는 방영이 가능한 아이템도 진짜 리얼로 놔두면 28분짜리도 안된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파격을 보여줬습니다. 런닝타임을 채우는 것을 우선시 했다면 예고편을 위한 영상을 '리얼로 가장'해서 방영했어도, 기획은 실패했지만 촬영분이 있으므로 편집으로 때우는 것도 가능했지만, 무한도전 제작진은 기획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리얼하게 방영하는 것을 선택함으로서, 리얼 버라이어티의 진짜 리얼을 보여주었습니다.


무모한 도전으로 인한 리얼버라이어티 실패?
무한도전은 크로스 오버 버라이어티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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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패러디, 무리한 실험으로 프로그램이 실패했다는 지적은 잠시 보류해야 합니다. 무한도전은 현재의 리얼버라이어티들중 가장 불안정한 포멧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아니 반대로 혁신적인 포멧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다른 버라이어티들이 일정한 포멧을 가지고 소재를 바꾸어 가며 비슷비슷한 방송을 되풀이할때 무한도전은 소재자체에 포멧을 맞추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갑니다.

무한'도전'이라는 기본 포멧으로 스포츠댄스등에 도전하는 모습을 담을 뿐만 아니라, 이 포멧에 적합하지 않은 소재가 나타날때는 아예 포멧자체를 바꾸어버립니다. 경주특집이나 가족특집 등은 소재에 맞게 기본포멧을 포기하고 과감히 새로운 포멧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무한도전은 리얼버라이어티라는 한가지 틀에 얽메이지 않고 때로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때로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때로는 에니메이션의 형식을 과감하게 차용합니다. 때문에 무한도전은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이름으로 단순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여러장르의 포멧을 소재에 맞게 활용하는 크로스오버 리얼버라이어티로 봐야합니다.

그리고 이번 좀비특집은 그 절정이 될만한 소지가 충분했습니다. 티비프로그램 특히 버라이어티에서는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블록버스터 호러영화의 포멧을 차용함으로서 기존에 볼수 없었던 상황과 영상을 담아냈습니다. 특히 영화세트를 이용한 대규모 좀비등장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실패가 아쉽긴 했지만 다수의 캐릭터를 앞세워 쉽게 러닝타임을 채우는 현재의 리얼버라이러티들이 충분히 보고배울, 이런 버라이어티들 밖에 선택권이 없던 시청자들에게 분명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시도였다고 봅니다.


시청률 저조? 제발 계속 저조했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청률저조는 광고유치를 힘들게 합니다. 무한도전의 장기적인 방영을 위해서는 마땅히 시청률이 높기를 바래야 합니다. 잘나가던 시절 20%를 훌쩍 넘던 무한도전의 요즘 시청률은 17%정도입니다. 1박2일의 절반정도의 시청률이죠. 토요일저녁 황금시간대의 막강한 경쟁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높아지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프로그램의 마이너함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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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위 1박2일이 전국의 좋은 곳을 찾아다닌다는 건전한 주제로 군부대를 방문하는 바람직한 모습에 급기야 백두산에 올라 합수를 하는 훈훈한 방송을 함으로서 전연령대가 거부감을 갖지 않고 즐길수 있는 포멧을 갖추었다면, 무한도전은 전연령대가 만족하며 보기에는 너무 경박스런 멤버들과 소재를 활용합니다.

1박2일의 멤버들이 백령도 해병대를 대하는 모습에서는 국방의 의무가 갖는 신성함에 대한 존경이 느껴지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이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대하는 모습은 '감히 국가대표선수에게'와 같은 어휘를 쓰시는 분들에게는 즐기기 어려운 장면인 것이 사실입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레슬링 국가대표들보다 조인성에 열광하고, 에너지절약을 외치기보다 자기 방송분량을 걱정합니다. 때문에 에너지 특집, 지구온난화특집, 올림픽특집과 같이 일반적으로 훈훈해지는 소재의 방송을 해도 1박2일의 백두산 특집과 같은 온가족이 둘러앉아 볼 그림이 안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캐릭터, 자막들로 만들어지는 이런 무한도전의 건방짐, 개인주의, 시니컬함 등은 무한도전이 모든 국민이 즐기는 1위 버라이어티가 되는것을 막을지는 몰라도 무한도전의 팬들에게는 희열을 주는 장치입니다. 아름답고 훈훈한, 건전하고 바른 말은 1박2일의 강호동이 많이 하고 있으니, 박명수와 노홍철은 앞으로도 국가대표선수고 대통령이고 간에 악담과 장난과 무시로 일관해줬으면 합니다.


그래서, 재미있었냐고?
재미없었습니다.


예. 이번 좀비특집, 별로 재미 없었습니다. 이번주는 1박2일이 재밌더군요. 요즘 일요일 저녁 약속도 많이 줄이는 편입니다. 하지만 한달쯤 지난후, 여전히 수많은 리얼버라이어티들이 판치는 속에서 기억나는 장면이 있나고 물어보면, 좀비특집이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강호동이 레프팅하던게 인제특집인지 백령도 특집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도, 패밀리가 백미리에 갔는지 백두산에 갔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좀비특집은 기억에 남을겁니다.

빵 터지는 농담과 상황보다도 기억에 남는 버라이어티, 전국민이 같이 웃지는 못해도 나를 웃겨주는 마이너한 감성의 버라이어티. 좀 재미 없어도.. 재미없는 특집이 두세주 이어져도.. 쉽게 토요일 약속을 잡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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