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이 아니라 라이카를 샀어야 했다. [일드] 로스:타임:라이프
마지막 4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슨 사진을 찍고 싶은가?

죽기직전, 지난 일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인생을 마감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몇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축구의 로스타임처럼 인생을 정리하고 혹은 짜릿하게 역전으로 이끌수도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드라마 로스:타임:라이프가 던지는 상상력이다.

옴니버스 드라마의 1편의 주인공 나카야마는 현장성을 잘 살린 사진으로 상도 받은 보도사진 기자다. 그는 마약사건을 취재하러 나갔다 총에 맞아 살해된다. 살해되기 직전 나카야마에게는 4시간의 로스타임이 주어진다.




인생의 마지막에 찍은 사진이 잘못 찍은 고양이 사진이었다는데 실망한 나카야마는 특종을 찍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고작 불륜 정치인 사진밖에 찍을 것이 없다. 자포자기한 순간 눈에 띈 라이카 카메라. 헤어진 애인을 위한 전용카메라를 발견한 후 나카야마는 옛애인을 만나기 위해 나서지만 이미 그녀에게는 딸이 있다. 그리고 그 딸이 알고보니 자기 딸이더라는... 뭐 이런 이야기다.


다소 진부한 스토리지만 그중 눈길을 끈 소품이 나카야마의 애인전용 카메라이자 후에 딸의 이름이 되는 라이카 M7이다. 클래식한 메탈바디와 검정 그립들, 거기다 레인지 파인더이면서도 조리개우선모드가 가능한 카메라. 라이카사의 명기로 단종된 이후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비싸서 못사기도 하지만 돈이 있어도 구하기 쉽지 않다는 바로 그 카메라다. 관리가 잘 된 것은 렌즈포함 500만원을 호가하는 카메라다. 결국 나카야마의 마지막 사진은 딸 라이카가 라이카M7으로 찍어준 자신을 피사체로 한 사진이 된다.

1편을 보고, 뭐.. 나에게 마지막 4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찍을까...라는 고민을 한번쯤 해보는 것일 일반적인 것이겠지만... 왜 카메라를 캐논을 샀을까하는 후회와 마눌전용으로 라이카를 살 수 없는 경제형편에 짜증이 나는 이상한 감정이입에 휩싸여 버렸다. 라이카라는 이름이 주는 세련됨과 라이카카메라가 뿜어주는 명품의 아우라 대신, 캐논은 애 이름으로 쓰기는 너무 촌스럴뿐이다. 애 이름으로 쓰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 라이카나 롤라이 적어도 로모라도 샀을텐데.. 캐논이라니..

뭐... 어쨌든. 1편을 보고난후 9편까리 내리 편안한 마음으로 보게 만드는, 명작은 아니지만 보는게 즐거운 드라마다. 특히 축구중계를 패러디한 여러 장치들과 심판들의 코믹함이 돗보인다.


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일본의 스타들을 보는것도 큰 재미다. 1편의 주인공인 에이타는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미네역을 연기한바 있고, 각 편마다 노다메역의 우에노주리, 전차남의 이토 아츠시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주연들의 이전작에 대한 패러디도 볼 수 있는데 가령 주리편에서 노다메칸타빌레의 OST와 각종 클래식들을 배경음악으로 까는가 하면, 이토 아츠시편에서는 전차남의 오타쿠 이미지를 차용한 만화가 지망생의 오타쿠한 방과 옷차림도 볼 수 있다. 로스:타임:라이프는 이래저래 일본 드라마의 팬들에게는 익숙하고 유쾌한 옴니버스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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