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다니는 캠핑장이 데크가 작고, 데크 주변에 장애물이 많아서 기존 타프 치기가 어려워 항상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이즈에 맞추서 타프를 구매하려고도 해봤지만, 딱 맞는 사이즈의 타프를 구하기도 어렵고, 사이즈가 맞다 싶으면 디자인이 아쉬웠다. 차라리 타프를 하나 만들자 싶어서 폭풍검색에 돌입. 이미 여러명이 비슷한 필요성 때문에 타프를 만들고 있더라.


검색결과 타프를 직접 만들려면 이런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 타프는 사는게 훨씬 싸다.

미싱을 포함한 설비를 다 가지고 있고, 타프용 천을 도매가격으로 구할수 있는 루트가 있지 않은 이상, 타프를 시중 판매가격 보다 싸게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소하게 들어가면, 아일렛, 심실링테이프, 방수용 실까지.... 타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들어가는 부품들까지 생각하면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느다. 뭐, 소량생산이 대량생산을 가격으로 이길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2. 타프 제작의 인건비는 생각보다 비싸다.

일단 재료들을 수긍할 수 있는 수준에서 구입한다고 해도,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다. 타프 만들기는 대형 재봉작업이다. 심실링, 아일렛 등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도 있다. 그냥 단순하게 사면 재단만 하면 모를까, 디자인이 들어가면 재봉 시간이 꽤 들어간다. 인건비가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도 발동해서, 타프를 자작하기로 결정하고 하나씩 결정해가기 시작했다.


1. 타프천 및 디자인 결정.

나일론 소재의 일반 타프천/텐트천은 소매 구매가 쉽지 않았다. 동대문 시장 어디를 찾아가면 구할수 있다는 이야기들도 봤으나, 그렇게 도매시장을 찾아다니기에는 시간상/이동거리상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기왕 자작으로 만드는 타프라, 단색의 나일론 천 보다는 디자인을 넣고 싶었고.

결국 검색 끝에 원단 소매 사이트에서 면 소재의 방수천으로 소재를 결정했다. 무게와 부피는 좀 나가지만, 타프를 대형으로 만들게 아니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디자인은 좀 화려한 프린트 원단과 심플한 스트라이프 원단을 섞어서 만들기로 했다. 양면의 디자인을 서로 다르게 해서, 보는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타프처럼 보일수 있도록 했다. 


방수원단은 나일론 소재에 방수코팅이 되어 있는 일반 타프보다는 방수능력이 떨어진다. 생활방수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어차피 폭우가 내리는날 캠핑을 가는 경우가 적고, 방수스프레이로 후가공을 할 생각으로 면소재를 선택했다. 물론 귀찮아서 후가공은 하지 않았지만.



2. 제작의뢰

제작의뢰는 지인찬스를 썼다. 미싱을 가지고 있는 지인에게 부탁했다. 사이즈가 큰 재봉이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재밌겠다'며 수락해준 덕분에 작업을 진행할수 있었다.


동대문에 캐노피 천막을 만드는 업체들중 1-2개가 텐트나 타프를 제작해 준다는 걸 알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규격품들 재봉하면 하루에도 몇십동도 만들텐데, 일일이 사이즈에 맞춰서 재단하고 재봉하면 하루에 한개 만들기도 어렵다고 한다. 당연히 제작비용이 많이 들겠지.



3. 디테일업

디자인 결정하고, 재봉해줄 사람까지 찾고 나서, 디테일한 사항들을 결정해야 했다. 아일렛 사이즈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일렛 위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이다. 환경에 따라 이용하기 편하게 아일렛 갯수는 넉넉하게 밖아달라고 요청했다. 디자인도 단순히 원단을 합치는 것에서, 프린트 원단과 스트라이프 원단을 섞어서 좀더 보강했다. 사실 원단 결대로 한줄로 맞추면 훨씬 쉬운 재봉인데, 모 프렌차이즈 어닝/테이플보처럼 세로로 만들기 위해서 원단 여러장을 재봉해서 합치는 복잡한 작업을 의뢰했다. 일반 업체였으면 돈을 더 받았을텐데, 지인찬스라 '해달라'고 부탁해 넘겼다.




4. 마무리 

생각보다 제작기간이 오래 걸렸다. 처음이다보니, 원단사고, 아일렛 사고, 웨빙끈 사고 등등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물품을 구매하느라 소재 도착시간이 오래걸렸다. 제작을 해준 지인도, 전업이 아니고, 시간 날때 작업을 하다보니 시일이 꽤 걸렸다.


중간에 마지막 결정을 하나 더 했다. 심실링을 생략했다. 어차피 천의 방수능력이 크지 않은데, 재봉선의 방수력을 키우느라 쓸데없이 시간과 노력을 쓰고 싶지 않았다.  디자인때문에 원단을 여러 조작으로 재봉하다보니, 재봉선에 심실링하기가 너무 어려울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혹시 타프를 제작할 고민이 있다면, 최대한 재봉을 적게 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이 되어야지, 아니면 실링작업이 너무 어워진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아무튼 자작타프가 완성되었다.  기성제품보다 조금 무겁고, 방수능력 떨어진다. 공업용 기계로 제작한것 보다 디테일한 정교함은 없다. 


그래도 세상에서 하나뿐인 타프다. 쳐놓고 보니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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