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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부산편 방영을 계기로 '사직구장 논란'이 다시 일어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1박2일 팀이 야구팬들을 불편하게 했는가하는 문제는 이미 여러분들이 포스팅을 하셨고, 제작진 측에서도 해명이 있었으므로, 이 이야기는 패스하려고 합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직접적인 논란 보다는 요즘 1박2일을 보면서 들었던 단상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이번 1박2일 논란은 리얼버라이어티의 아이템에 대한 자기복제가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리얼버라이어티가 아이템에 집착할때 리얼함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템에 안주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한계
이번 주말 무한도전과 1박2일은 동시에 과거에 성공했던 아이템을 다시 활용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무한도전은 '유거성'을 탄생시켰던 '네 멋대로 해라' 특집의 아이템을 다시 활용해서 '피디특공대' 특집을 제작했고, 1박2일은 이미 충주대, 백두산편, 거창편의 노래자랑 등에서 활용했던 콘서트 아이템을 다시 활용해서 부산편의 사직구장 아이템을 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무한도전은 무난하게 아이템의 자기복제에 성공한 반면 1박2일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때문에 1박2일의 고유 아이템인 여행과정이나 관광지 소개도 간략하게 생략하고 사직구장 아이템 그리고 콘서트 아이템에 집중했습니다. 부산편 2편에서 부산의 어떤 모습을 담을지는 모르겠으나 1편만으로는 가히 1박2일 야구특집, 혹은 야구체험이라 불러야 할 정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1박2일 부산편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인 리얼버라이어티의 특성을 찾아 볼수가 없습니다. 사직구장 하프타임 콘서트라는 거대한 아이템이 리얼버라이어티의 핵심인 캐릭터들의 자유분방함을 잡어먹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은 시종일관 사직구장의 팬들에 대한 존경을 표하느라 출연진들의 감탄하는 표정만을 담아내기 바빴습니다. 승기의 허당함도 지원의 초딩함도 다 아이템에 먹혀버렸습니다. 리얼버라이어티 1박2일이라기 보다는 교양프로그램 '체험 삶의 현장' 혹은 '사직구장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1박2일, 뭐가 그리 급한가?
요즘은 무한도전보다 확실히 1박2일이 재미있습니다. 이번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한도전은 다음주에는 재미있을거라는 기대를 하게하고, 슬슬 1박2일은 지겨워져갑니다. 언제부터인가 1박2일에는 리얼버라이어티의 즐거움인 돌발적인 상황이 줄어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점점 제작진이 준비한 아이템이 늘어나 캐릭터들이 뛰놀 공간을 줄여가고, 이제 성공한 아이템에 대한 단순한 자기복제까지 이어져 지겨워져 갑니다.
1박2일은 리얼버라이어티로서 훌륭한 캐릭터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캐럭터라고 생각하는 웃기지 않는 개그맨 정형돈 이후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은초딩 캐릭터나 이수근 김씨의 달인 캐릭터도 버라이어티에 재미를 더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1박2일이 재미를 만들수 있는 캐릭터들이 좀더 뛰어놀수 있게, 박명수처럼 몇번의 캐릭터 변신을 성공하며 스스로 진화할 수 있게 좀더 긴 호흡을 갖는다면, 1박2일은 지금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1위 수성에 급급해 인기 아이템을 자기복제하는데 연연하느라, 실제 지금의 1박2일을 있게한 캐릭터들을 묻히게 한다면 이 1위는 얼마가지 못할 것입니다. 저의 일요일 저녁을 책임지고 있는 1박2일의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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