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사진이 시간을 재현하는 방식

낮은표현 2007. 11. 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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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본 순간의 느낌이 무엇이었고, 어느정도 강렬했는지를 생각해보고 아래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사진은 순간을 포착한다. 사진에 포착된 순간은 과거이다.

하지만 사진속의 사건은 현재진행형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어떤 사진을 보여주며 평을 하라고 하면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이것은 ...이다”, “이 사람은 ...을 하고 있다등 현재형을 쓰며 평을 한다.

관객의 입장에서 사진 속의 인물이나 상황은 지금 여기에서 관객에게 시각적으로 제시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관객의 기억이 사진의 순간에개입하지 않을 경우,

예를 들어 관객이 사진에 대한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을 경우에는

사진이 기록한 순간은 단지 현재화된 과거의 한 순간일 뿐이다.

관객의 기억이 사진이 기록한 과거의 순간에 이야기를 부여함으로써 그 순간을 두꺼운 시간으로 만든다.

 

사진의 순간이 과거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진의 대상을 현재형이라고 느낀다면 이는 사진에서 정서적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정서적 충격이 실현되려면 사진이 포착한 순간이 온전한 이야기를 갖춘 시간으로 이해돼야 한다.

다시 말하면 관객의 기억이 사진의 순간에 투영돼야 한다.

관객의 기억이 사진의 순간을 이야기를 가진 시간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간격에 의한 정서적 충격은 발생하지 않는다.

 

 

 

자. 이제 위의 사진의 온전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1985년 11월 16일 오마이라 산체스(Omayra Sanchez)는 콜롬비아에 있는 아르메로(Armero)의 진흙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온 몸은 진흙 속에 빠져 있었고 그녀를 구출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사진 통신사인컨텍트(Contact)'의 기자, 푸르니에(Franck Fournier)는 그녀의 임종을 촬영했다.

 

내가 아침 6시 30분 그녀를 발견했을 때, 그녀는 혼자였습니다. 콜롬비아 텔레비전에서 이미 그녀를 촬영한 뒤였죠. 그녀는 자신을 찍는 나를 봤습니다. 세 통의 칼라 필름을 썼지요. 그녀는 나에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마치 화산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녀는 9시 16분에 죽었습니다.

 

소녀는 죽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사진에서 여전히 살아있고 영원히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그녀의 시선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

우리가 참석하고 있는 그녀의 영원한 임종은 우리에게 이미 사라져간 모든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죽어야만 하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바로 이것이 이 사진을 보는 것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이다.

 

사진의 시간은 실재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잘려진 순간이다.

사진에 의해 포착된 순간은 그 이전도 없고 그 이후도 없는 시간이다.

시간 속에 멈춰진 순간이다. 현재 진행형이며 동시에 영원한 현재이다.

그러나 사진은, 특히 보도 사진은 작가와 관객이 자신들의 지식들과 체험들을 통해 그것을 본다는 점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도 사진의 이야기는 오랜 과거와 긴 기억의 이야기이다.

그것은 과거의 반복이거나 과거의 현재화이다.

사진을 해석한다는 것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무의식에 의해서 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역사 전반에 의해 이끌어지는 행위이다.

이러한 이유로 관객의 기억이 개입하는 순간부터 사진의 시간은 결국 이전과 이후의 시간들을 간직한 순간이 된다.

 

 

- 참고자료 : 주형일. 보도사진의 해석에 관여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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