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2.0의 경제학. 이제 정치학으로 바꿔주길 바래!

“컴퓨터는 네트워크를 만나 현실계, 이상계,환상계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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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Dnet의 유명 컬럼리스트 김국현씨는 자신의 저서, ‘웹2.0의 경제학’에서 웹을 우리의 일상인 ‘현실계’, 우리의 이상을 맡길 ‘이상계’, 그리고 현실의 삶을 잊게 해줄 ‘환상계’로 구분하고, 현실계를 전산실이나 시스템통합, 이상계를 네트워크 혹은 구글, 네이버, 그리고 환상계를 리니지나 WOW 같은 MMORPG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컴퓨팅이 네트워킹이 되고, 네트워킹이 가상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과, 각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현상을 각각의 세계로 구성한 이 표현은, 다소 판타지스럽긴 하지만, 현재의 웹과 웹을 중심으로 재편되어가는 세계를 인상적으로 분류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이 세 가지로 나뉘어 있다면, 이 세 가지 세계 중 대안의 세계는 어디일까요? 혹은 이 질문의 답이, 결국 현실계의 변화에 그 기준을 둘 수 밖에 없다면, 이 변화의 가장 큰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김국현씨처럼 다소 판타지스럽게 물어본다면 신세계와 신세계로 가는 항로 혹은 비밀의 문은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현실의 대안, 소수자의 권리회복, 그리고 기존권력의 붕괴라는 대안적 통념을 제시하는, 웹2.0은 이상계의 변화를 지칭하는 단어이며, 이런 대안 패러다임을 잔뜩 가지고 있는 세계가 이상계라면 당연히 대안사회와 그 원동력은 이상계에 있을 것입니다.

 


웹2.0으로 대변되는 이상계의 변화는 분명 우리가 대안사회라고 부르는 그 모습들을 담고 있습니다. 소수 권력자와 재력가들이 독점하였던 미디어, 매장, 정보들을 누구나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은 자체로 혁명적인 변화, 대안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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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네이버나 싸이, 그리고 구글과 유투브 등의 이상계의 대표선수들이 대안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일까요?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네이버(NHN)가 코스닥 시가총액 1위기업이 되어버렸고, 싸이월드를 소유한 SK가 굴지의 대기업임을 생각해보면, 이런 웹2.0적 ‘거대기업’이 새로운 사회의 원동력이고 이들이 권력을 가지는 사회가 새로운 사회라면, 이사회는 전혀 대안적이지 않은 ‘현실계의 재판’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생산라인에서 땀흘려 생산한 물건으로 일부 재력가들이 자본을 독점하듯이, 블로그에 정성스레 올려논 생각과 추억으로 대기업들이 돈을 독점하는 것입니다.

 


팍팍한 삶이 떠오르는 현실계야 말할 것도 없고, 아이템을 팔아 연명할 것이 아니라면 온라인게임으로 대표되는 환상계 역시 현실에서는 게임비로, 인터넷비로 거대 게임기업과 인터넷 사업자들만이 이윤을 챙기는 구조이므로 이 역시 대안사회라 칭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웹2.0으로 대변되는 컴퓨팅과 웹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은 대안사회가 아닌 기존사회구조의 확대 재생산을 이루어 낼뿐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회를 위한 모색을 위해서는 다른 시각의 분류와 접근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이 분류를 서비스를 공급하는 입장이 아닌 소비자 혹은 대중의 입장에서 다시 정리하고 각 세계의 대안적 성격을 모색해야 하는 것입니다.

 


기업들의 수익모델이 아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컴퓨터와 네트워크는 세 가지 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시스템통합 속에서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모니터 앞에서 그리고 생산라인 앞에서 고된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의 모습이 현실계라면, 퇴근 후 접속한 웹의 세계에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과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네트워킹 하고 있는 블로거의 모습이 이상계이고, 가상공간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MMORPG의 캐릭터의 모습이 환상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현실계에서 웹1.0이 가져다주는 변화는 로또와 같은 것입니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 수십년 모은 돈으로 작은 가게로, 마트로, 회사로 확장해야 진입할 수 있었던 곳으로 한방에 가는, 인생역전 로또와 같이, 웹1.0은 거대 미디어, 저 비싼 땅 위의 빌딩 속 한칸 매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적어도 웹상에서는 동등한 출발선을 제공하였고, 버블이 생길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기회의 땅으로 향했습니다. 물론 현재는 버블은 붕괴되고, 종이신문을 파는 거대기업에서 포털에 뉴스를 싣는 거대기업으로의 변화 정도의 양상이지만, 아직까지 동등한 이 출발선은 분명 역전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역전의 기회를 살리는 핀치히터가 바로 웹2.0이 될 것입니다.

 


웹2.0은 이상계를 통하여 생겨났으나, 현실계가 잡아낸 기회를 현실로 바꿀 힘을 가졌으며, 환상계가 가졌던 ‘자발적 협업’이라는 이상적인 모습까지 흡수하고 있습니다. 웹2.0시대의 이상계 속 대중들은 이제 집단지능을 가지고 정보를 ‘생산’하기 시작하였으며, 정보에 기반하여 생산하고, 정보에 기반하여 소비하는 시대의 핵심적인 위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이 정보를 만들어 내는 양상은 마치 MMORPG 속의 그들이 그러하듯, 만랩을 향하여 잠도 잊고 매진하듯이 스스로를 연마해 정보의 질을 높이고, 보다 높은 목표를 향하여서는 다른사람과 손잡고 집단화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자발적 협업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생산하고 소비하는 프로슈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아직 웹2.0이 확실한 대안사회로 가는데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대중이 프로슈머가 된다 하더라도 포털 내에서의 프로슈머, 인터넷망 안에서의 프로슈머는 결국 거대기업의 독점적인 이윤을 보장하는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웹2.0에 정말 필요한 것은 경제가 아니라 바로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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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에서 전뇌화되어 넷상에서 병렬화된 데이터들이 집단지능화되고, 결국 동일목표를 향해 집단의지로 변하듯이, 웹2.0에서 가능하게된 개인의 병렬화가 역시 공유, 참여, 개방이라는 목표를 향하여 집단의지로 변화해야 하며, 여기에 정치로서의 운동(MOVEMENT)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공유라는 소유에 있어서의 평등함, 참여라는 기회에 있어서의 평등함, 개방이라는 접근에 있어서의 평등함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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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운동의 방향은 제한된 오픈에서 전면적인 오픈으로의 전환이 되어야 합니다. 공유, 참여, 개방을 모토로 하는 웹2.0시대라고 불리우는 현재, 기업이 오픈하고 있는 것은 API와 같은 기술적인 소스들뿐입니다. 오히려 핵심적인 부분들은 수익모델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즉 대중들의 자발성을 표현하는 단어인 UCC가 거대 인터넷 기업의 홍보를 위한 개념으로 도둑질 당하는 것과 같이, 결국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은 유저들인데 수익은 기업이 내고 있는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 혹은 강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웹2.0시대는 바로 그 정신인 공유, 참여, 개방이 보다 높은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목표로, 기업에서 제공하는 플랫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스스로 집단의지화 할 때 가능합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웹2.0의 경제학이 아니라 웹2.0의 정치학인 것입니다.

 

신세계로 가는 비밀의 문은 분명 이상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열쇠가 웹2.0의 경제학이 된다면 이것은 부자들이 새로운 부를 얻는 신세계가 될 것이고, 웹2.0의 정치학이 된다면 대중들이 새로운 지위를 얻는 신세계가 될 것입니다.

 

자. 빨간약과 파란약. 어떤것을 집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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