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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핀쳐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를 봤다. 기대 이상이 수작이다. 극을 구성하고 이끌어가는 연출의 힘이 느껴지고,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데 없다. 수작인데 영화를 보고나서 허전함이 더 생긴다. '소셜 네트워크'라는 제목 때문일터다.

영화 소셜네트워크는 '페이스북에 관한 영화'라고 소개됐다. 이 한줄의 소개가 이 영화에 대한 선입견들을 만들어 냈다. 페이스북에 관한 영화라는 소개 때문에, 혹은 그 설립과정을 다룬다는 점 때문에 페이스북이라는 요즘 잘나가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대한 소개와 이해를 줄 영화로 기대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이용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이 영화의 광고도 이런 오해를 부추겼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는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주커버그의 성공과 그 이면을 다룬 영화다. 다르게 표현해보면 온라인사회네트워크를 만들어낸 마크의 개인네트워크 파괴를 중요하게 다룬다. 어린나이에 수백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회사를 만들어낸 성공담, 그렇게 밋밋하게 갈 수도 있었던 드라마를 재판이라는 소재를 통해, 회상이라는 방식을 통해 보기좋게 그려낸 수작이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를 다룬 영화는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에 등장하는 페이스북에 관한 묘사도, 한시간에 2만2천명, 백만명, 5억명 등의 방문자 수와 수백만 달러와 1억달러 그리고 현재 추산가치인 250억 달러와 같은 페이스북의 비지니스적 성공에 대한 수치들로 소개될 뿐이다. 페이스북의 사회적 효과와 가치에 대한 힌트는 얻기 어렵다.

당연히 이 영화는 SNS에 대한 교과서가 아니다. 이 영화에서 SNS에 대한 정의나 교훈을 찾고 싶었던건 그 서비스의 이용자인 내 욕심이었을 뿐, 매끈하게 수작을 뽑아낸 감독이 무슨 죄가 있겠나. 제목을 '마크'나 '더 페이스북'이 아닌 '소셜네트워크'로 뽑아 조금 오해할 여지를 만들었다는 것 말고 감독은 아무런 죄가 없다.

오히려 영화에 대한 이런 오해와 넘치는 기대는, SNS에 대한 사회의 과한 기대를 반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SNS가 유행하자 누구는 '비지니스 모델의 혁신적 변화'를 이야기하고, 누구는 'SNS를 통한 정치혁명'을 이야기하는, 그런 과한 기대말이다.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을 논외로 하면, 페이스북은 새로운 서비스도, 사회적 영향력이 가장 큰 서비스도 아니다. 마크가 윈클보스 형제에게 얻은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이야기하는 '비개방성'을 이미 보여준 SNS의 원조라고 불리는 싸이월드, 마크가 페이스북을 세운 학교인맥을 몇년 먼저 보여줬던 아이러브스쿨이, 이미 10여년 전에 현재 페이스북 국내 이용자보다 훨씬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어도 '비지니스모델의 혁신'도 'SNS 정치혁명'도 일어나지 않았다. 5억이라는 전지구적 친구가 있다고 해봤자, 소통은 역시 한글을 쓰는 국내 이용자에 한정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회적 관계관리 서비스라고 거창하게 번역되는 SNS를 가장 쉽게 번역하면 '인맥관리'다. 사람간의 관계를 관리하는 이 서비스를 너무 거창하게 바라볼 필요도, 너무 사업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다. 마크나 윈클보스형제처럼 하바드 출신, 명문가 출신이 아니고서야 '인맥'이 실제로 경제적 도움이 될 일도 적다.

온라인에서 5억명의 친구는 무한대에 가까운 네트워크의 확장을 보여주지만, 그 네트워크의 질은 마크의 개인관계처럼 약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SNS라는 소통도구를 그대로 관계로 이해하거나 대체하면, 5억명을 친구로 맺어주느라 정작 자신은 단 한명뿐이던 친구를 잃는 마크처럼되기 쉽상이다.

영화를 보면, 명문 하버드 인맥을 이용해 수준높은 여자들을 꼬시겠다는 아이디어가 페이스북을 만들어냈다. 수백만달러보다 1억달러를 만들겠다는 한방적 욕심이 페이스북을 확장시켰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 달리 실제에서 페이스북은 그저 개인들의 소통과 네트워킹의 도구일 뿐이다.

영화를 통해 소셜네트워크의 답을 찾을 수 없엇다고 했지만, 오히려 화려한 성공담이나, SNS의 기능과 가능성에 대한 장미빛 찬사보다, 마크 주커버그의 개인 네트워크의 파괴를 보여준 이 영화는 어쩌면 SNS의 본질을 보여준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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