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관을 즐기지 않는다.
팝콘 씹는 소리, 오버스러운 관객들의 리액션 소리,
여기저기서 빛을 쏘아대는 핸드폰들,
낯선 사람과 마주 앉아서 생기는 어깨와 어깨사이의 몇센치의 어색함.
거기다 관객이 많아서 앞줄 구석자리에 앉으면 마름모 꼴로 보이는 스크린까지..
좀처럼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른바 흥행작들은 극장에서 보지 않는다.
혹은 이미 다른사람들이 다 보고 극장이 한산해질때쯤에야 가서 보는 편이다.
그런 내가 올초 최대 흥행작이라는 우생순을 흥행이 한참일때 극장에서 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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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무에 시달리는 와이프를 위해서였다.
(결혼생활이라는게 쉽지많은 않다.)

어쨌든 오랜만에 찾은 극장은 내가 싫어하는 그 모든것을 빼놓지 않고 갖추고 있었고, 나는 앞줄 구석에서, 하필이면 아이맥스관이라 크고 휘어진 스크린으로 우생순을 보았다.

각설하고, 우생순은 그런 조건에서 오랜만에 집중해서 볼수 있는 영화였다.
한산한 극장에서 집중하며 본 와이키키브라더스의 감동을,
흥행영화에서도 꿋꿋이 끌어낼 정도로 임순례감독의 연출은 훌륭했다.

여성감독과 실제 아줌마인 문소리, 김지영을 포함 20명이 넘는 여성들이 만들어낸 영화는, 여성, 비인기 스포츠, 이혼녀, 사업에 실패한 가장 등 사회적 비주류들에 대한 애정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승리를 담담하지만 강렬하게 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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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들의 투혼이 올림픽 은메달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비주류, 사회적 약자들의 저 아름다운 도전이, 결국은 마지막 승리의 문전에 무릎꿇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가슴아프기도 했다.

비주류들은 아름다운 승리를 할 수 는 있지만 실제 승리하는 것은 어렵다는 현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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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덧붙여서 좋을건 없지만 그냥 생각나서...)

영화를 보고 나오다 문득 이런생각이 들었다.
"박찬욱이나 강우석이 이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여성감독과 여성배우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영화 우생순...
남성들은 100%몰입하기 쉽지않다.
가령 조금은 약해보이는 경기장면이 그렇다.
제작비가 적어서일까?
우생순의 경기장면은 영화임에도 왠만한 경기의 tv중계보다도 박진감이 덜하다.
몇번의 월드컵을 거치면 HD급 수십대의 카메라로 잡아내는
동작과 표정이 살아있는 스포츠경기를 너무 많이 본 탓이다.

박찬욱이 만들었다면....
좀더 남성팬들을 위한 서비스가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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