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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막 제대한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진촬영과 감상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사진촬영법과 이론을 아주 재미없게 듣다 학점이 안나와서 제대후 재수강했는데,
내 대학생활에서 아주 드물게 A를 받았다.
 
물론 내가 A를 받아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니다.
그 시시콜콜하던 수업중 보았던 한장의 사진,
바로 위의 사진을 정말 넋 놓고 바라보았던 기억을 이야기 하려고 한다.
 
탄광, 갱도가 아니라 땅을 아예 없에버리는데 들어갔을 어마어마한 노동력,
누군가의 배를 불리기 위한 조그만 금덩어리를 찾기 위해
마치 시지프스 처럼 흙더미를 지고 올라가는 무수한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을 찍은 이 한장의 사진은
수천마디의 말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자들을 비웃고 있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후 알게된 한사람의 이름.
 
바로 20세기 가장 위대한 다큐멘터리 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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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앙 살가도는 원래 경제학자였다고 한다.
자신의 고향 브라질에서 정부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다 파리로 망명,
서른의 나이에 카메라를 잡는다.
 
살가도는 프랑스에서도 유명신문에 사진을 실을 만큼 잘나가는 작가였다고 한다.
하지만 살가도는 프랑스에서의 안락한 삶을 버리고
30여년동안 자신의 고향 중남미의 광산과 아프리카의 고원,
그리고 산업노동자들이 밀집한 곳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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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도는 브라질, 아프리카에서

자신의 경제학자로의 이념, 즉 소수국가의 소수부자들의 부와 풍족한 삶이

누구에 의하여 지탱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이 사람들을 어떻게 고통에 몰아 넣는가를

자신의 카메라를 통하여 바라보고, 자신의 사진으로 전세계 사람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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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여행에서 많은 것을 보았다.
 
미국이 국제난민에게 2천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중 천이백만 달러는 미국농민에게 식량을 사는데 사용하였고,
사백만달러는 이것을 수송하기 위해 미국수송업자에게 지불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사들인 식량을 그렇게 빌린 헬기에 싣고
정작 국제난민들은 만나지도 않고 헬기위에서,
마치 베트남에 폭탄을 뿌려댔던 것처럼, 투하했고,
살가도는 그 난민들 사이에서 헬기에서 뿌려지는 식량을 보았다.
그리고 헬기의 조종사 혹은 그것을 뿌리라고 지시한 미국에겐,
그 식량이 누구에게 잘 전달되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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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난민캠프에서 살가도는
3-4주 사이에 40여개가 넘는 텔레비젼 보도진을 만났다고 한다.
에티오피아 난민들은 굶어 죽고 있는데 정부버스에 탑승하고 난민캠프를 찾은
미국의 보도진들은 정작 에티오피아 난민들을 만나 것이 아니라,
한 지역에서온 기자 한명만을 만나고 떠났다.
거의 모든 텔레비젼 기자들이 그랬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에티오피아 난민들의 삶 자체가 아니라
뉴스에 나갈 수 있게 영어로 말해줄 사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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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프리카의 사헬지역을 여행할 때 빌린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버스를 이용했다.
차를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면 부자라는 선입관을 심어 주게 되어
사진작가와 그들 사이에는 상당한 심리적 격차가 존재하게 되된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런 상태에서는 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다.
또 그가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진작가는 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철학은 그의 개인적인 경제관과도 일치한다.
 
3등칸으로 여행하고, 자신이 직접 필름을 감아서 쓰고,
하루에 16시간 동안 직접 수천장의 작은 시험 인화지를 만들고,
그렇게 해서 그는 사헬지역에서샤드, 에티오피아, 말리, 수단에서
장기간에 걸려 다양한 르포르타주를 제작할 수 있었다.
그것을 프린트하는 데 소요된 경비만 해도 최소한 2만 달러는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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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앙 살가도,
 
잘찍은 사진이 아니라 살아있는 바로 그 순간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오늘도 중남미, 아프리카, 그리고 산업노동자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그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작가.
 
저 탄광 경비원의 총을 붙잡은 사나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저 괭이와 삽을 치켜든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저 폭격맞은 집을 멍하니 바라보던 가족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앞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알려줄,
보는사람이 끊임없이 불편해할 사진들을 더 많이 남겨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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