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1. 최고의 3분이다.

대작 드라마의 모든 갈등이 정점에 달하는 최고의 순간도 있고, 숫자에 연연하는 이들이 꼽는 최고 시청률의 1분도 있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 프로그램 편식이 좀 심하다는 것을 전제로, 근 10년 안의 최고의 3분이 나왔다. 바로 무한도전이다.

사실 이번 식객프로젝트는, 무한도전이 그동안 만들어 냈던 쟁쟁한 대형 프로젝트와 비교할때 좀 밋밋했다. 임팩트가 없어서 였을까, 반대로 구설수는 많았다. 정준하 밉상 논란에, 영어논란에, 음식비하 논란이 일었다. 뭐 개인적으로 이런 구설수를 보면서 든 생각은, '저 사람들은 턱시도 차려입고 정좌하고 앉아서 무한도전을 보는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이었다. 물론, 주말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데 음식의 소중함과 영어실력과 예의바름을 찾겠다는걸 비난할 수는 없다. 뭐, 나는 저런 소재의 논쟁에 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느낌정도랄까?

짜증이 났던건 찌라시들의 호들갑이었다. 중앙일간지부터 듣보잡 인터넷 신문까지 화면캡쳐와 인터넷 댓글 ctrl+c, ctrl+v한후 제목만 자극적으로 뽑아 낚시질에 동참했다. 삼족을 멸하던 봉건시대도 아니고 개인의 이름을 놔두고 '타블로형'이라는 개념없는 단어를 쓰며 낚시를 하는 '기자'라는 인간들이 정준하의 예의없음을 지적질하고, 이런 제목 장난질로 트래픽이나 노리는 '편집자'들이 길의 음식장난을 비하했다. 정말이지 웃기잡는 일이다.

무한도전의 비틀즈 패러디 '미안하디 미안하다'는 이런 호들갑에 대한 무한도전식 화답이다. 팬과 시청자들에게 "재밌으라고 한건데 눈에 거슬리셨나요? 그럼 다른걸로 웃겨드리죠"라고 말하는듯 하다. 구설수들마저 웃음으로 버무려 식객 프로젝트의 훌륭한 디저트로 선사하니 진정한 식객은 김태호피디를 포함한 무한도전의 제작진이다. 

무도의 이번 비틀즈 패러디는 가히 '최고의 3분'이라 부를만 하다. 어떤 프로그램이 외부의 논란까지 프로그램 안으로 버무려 이런 명장면과 유쾌한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래서 정말이지 "무한도전, 사랑하디 사랑한다"



파트 2. 미안하디 미안하다가 사과?

이 패러디의 제목 '미안하디 미안하다'에서 쾌감을 느낀건 나 뿐일까?

대부분 논란을 겪은 프로그램이 내는 사과는 '정중히 사과합니다'이다. 방송의 공공성 혹은 허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사회에서 논란에 대한 사과의 제목을 '미안하디 미안하다'로 뽑을수 있는 프로그램, 연예인은 없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은 논란에 대한 패러디의 제목을 '미안하디 미안하다'로 뽑았다. 머리숙여 사과할 만한 죄를 지은게 아니라 '우리의 웃음코드를 이해하지 못했다니 유감이다'고 웅변하는 듯 하다. (괜히 이런 이야기를 덧붙이는게 혹여 '무한도전 사과의 진정성 없다'는 고리타분한 또다른 논란이 될까 무섭기도 하다.) 유감을 가진 시청자들에게는 사과를, 이 웃음코드에 열광하는 나 같은 추종자들에게는 또 다른 열광거리를 동시에 던져준다.

논란이니 비판이니 호들갑을 떨며 달려들었던 하이에나 기자들을 향해서도 '이렇게 해명했다'와 같은 기사거리를 던져주는게 아니라 '미안하디 미안하다'고 던진다. 찌라시에 대한 조롱마져 느껴진다. 더 짜릿한건, 이 기자들이 '무한도전 사과'라는 기사를 또 써내고 있다는 거다. 게시판에서 건진 댓글를 '논란'으로 만든 기자들이 이번에는 '미안하디 미안하다'라는 패러디에 '사과'라는 엄숙함 표현을 가져다 붙인다. 패러디 하나로 기자들이 "초딩 각하가 메롱이라고 언급하셨습니다"와 같은 글을 쓰게 만들어 버렸다. 통쾌하기 그지없다.

무한도전, 진정으로, 사랑하디 사랑한다.

무도빠를 실망시킨 일자리 특집

무한도전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내로라 하는 특집들은 무한도전 시리즈중 가장 웃긴 특집은 아니었다. 모델특집이나 스포츠댄스 특집 등의 무도의 기본 컨셉인 캐릭터들의 도전기를 다루는 특집들은 출연진들의 성장과정과 성공후 질질짜는 모습에 까지 감정을 이입시키며 시청자들과 정서적 공감대를 만들었냈다. 또 무인도 특집이나 좀비특집은 서버이벌과 호러같은 장르를 버라이어티로 만들수 있는가에 대한 제작진들의 무한도전이었고 기존 버라이어티와는 전혀 다른 편집과 영상을 통해 기획력 혹은 퀄리티에 대한 만족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무한도전은 '정말 재미있었다'는 평보다 '감동적이었다' 혹은 '신선했다'는 평이  올라오는 드문 버라이어티다. 

그리고 이런 무한도전의 특징들이 다른 버라이어티에 비해 충성도 높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꼽 빠질정도로 재미있지 않아도, 열광할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자연히 열성적인 팬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눈높이에서 볼때, 이번 무도의 일자리 특집은 '무성의'해 보인다. 세심한 기획의 흔적도, 열광할 만한 무엇도 없다.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나오는 다른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 실망이다.

그냥 체험 직업현장으로 만들거나 결방하지 그랬나?

이번 무한도전은 '일자리가 미래다'라는 MBC 캠페인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날 MBC는 정규방송을 취소하고 12시간짜리 일자리 특집을 내보냈고, 그 가운데 무한도전만 '일자리특집'이라는 타이틀로 정규방송으로 방영되었다. 물론 일자리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MBC가 이런 특집을 방영한 것에 대한 불만도, 사회적 문제나 소외된 분야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던 무한도전이 버라이어티임에도 사회적 문제에 대한 특집을 만드는 것에도 반대하지는 않는다.

실망의 이유는 낮은 퀄리티다. 그동안 무한도전이 비인기스포츠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했던 특집들의 효과는 어떤 캠페인보다 훌륭했다. 지난 봅슬레이 특집은 봅슬레이 경기장도 없이 얇은 선수층으로 국가대표 선발전마져 일본에서 치뤄야하는 실상을 사회에 환기시키는 방법으로 일본의 연습장면, 장비수준들을 디테일하게 다뤘다.

그러나 이번 일자리 특집은 밑도 끝도 없다. 무작정 봉고에 타고 시장으로 김치공장으로 나가 일을하고 봉투를 받고 돌아온다. 공익성을 띈 특집으로서 이번 무한도전은 상황에 대한 어떤 환기도 시키지 못했다.

실업문제의 실상을 다루고자 했다면, MBC 입사시험을 다뤘던 지난 특집이 구직도전으로 더 적절했을 테고, 핸드볼특집이나 연말콘서트처럼 구직자들을 만나 그들이 이야기 혹은 사는 모습을 담고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포멧을 진행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 터다.

이른바 직업 체험이라는 형식은 좀 당황스럽다. 일자리의 문제는 구직자가 직업의 다양한 유형을 알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직업들이 있다고 소개하는 것은 일자리문제에 대한 주의환기도, 일자리문제 해결을 위한 도전도 아니다. 사족처럼 덧붙이자면, 시장 식당배달이나 수공업 공방과 같은 통상의 저임금 일자리는, 각하께서는 희망을 갖고 도전해볼만한 일이라고 하실지 모르나, 오히려 일자리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취직이 취미활동이 아닌 이상 일자리문제는 일자리 수입을 통한 삶의 질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물고기를 무서워하는 노홍철이 수족관에서 일하는 체험은 실업난에 전공에 관계없이 너도나도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분위기나 최저임금마져 깍으려고 하면서도 비정규직에 희망을 갖고 도전하라며 불안하고 불만족스런 일자리를 강요하는 각하의 말씀이 생각나 씁쓸하기까지 했다.

'체험직업현장' 특집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질낮은 일자리에서도 자기 몫을 묵묵히 하는 직업의 현장을 체험하는 특집이었다면 모르겠으나, 지금도 저임금의 질낮은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 이런 일자리들을 소개하면서 '일자리특집'이라는 제목은 당혹스럽다.

무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다. 잘하자.

이번 일자리 특집은 무한도전 본방이 아니라, 체험 삶의 현장에 나온 무도멤버들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물론 무도가 시사프로그램도 아닌데 사회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설프게 다룰 거라면 다루지 않는 편이 나았을 거란 지적은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실업난 경제난에 무한도전이 할 일은 어설픈 일자리 특집을 만드는게 아니라, 본래의 수준높은 버라이어티로 시청자들을 잠시나마 즐겁게 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무한도전은 무한도전답게 가자. 

이른바 패떳 대본공개가 논란이다. 논란의 이유는 '리얼버라이어티에 대한 시청자의 믿음을 배신한 뭐뭐뭐'다. 그냥 일축한다. 왜이래? 아마추어같이.

가장 말이 많은 이른바 '국민남매 연출' 부분이다.

'효리, 죽비로 재석을 x침
     재석 : 야 효리야! 너 자꾸 왜그래
     효리 : 재밌어! 예진어 너도 해봐
     재석 : 아니. 하긴 뭘해봐
'효리 재석 티격태격


방송의 대사와 다르다. 방송에서는 훨씬 많은 대사와 에드립이 나왔다. 그리고 실제 시청자, 아니 적어도 내가 웃었던 부분은 대사보다는 유재석이 수년간 구축해왔던 캐릭터를 십분 활용한 표정과 액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통칭, 대본이라 불리는 저 간단한 몇개의 문장에서는 아무런 웃음도 나지 않는다. 다만 저것은 제작진이 준비한 설정일 뿐이다. '유명연예인들이 농촌을 배경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살려서 웃음을 만든다'는 누구나 알고 있는 패떴의 기본 설정의 단순한 응용일 뿐이다.

저정도의 설정은 농촌다음에는 화면이 겹치지 않게 어촌을 찾아가는 설정이나, 매기를 잡는게 재밌을지, 닭을 잡는게 재밌을지를 결정하는 정도의 설정과 다를바가 없다.

저정도의 설정이 들어간 것을 가지고 '리얼이 아니다'고 할 정도라면, 진짜 리얼버라이어티는 '몰래카메라' 뿐이다. 이나마도 상황설정을 배제한 몰카여야 리얼이라는 칭호를 얻을테고, 그럼 아마도 재미없어서 아무도 안볼거다.

'리얼'은 지향. 무도, 1박, 패떳 모두 그냥 '버라이어티'일 뿐

심지어, 무도나 1박2일과 비교해 패떳은 리얼이 아니다는 주장은 황당하다. 무도를 한국최고의 리얼버라이어티라 이미 여러번 칭송한바 있는  무도빠인 내가 봐도 저것은 억지다.

설정으로 따지면 무도가 가장 설정이 많다.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캐릭터들에게 의존하는 1박과 패떳에 비해, 무도는 매회 아이템을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서 캐릭터들의 세세한 설정을 더한다. 가령 정형돈은 항상 여장을, 박명수는 항상 악마역을 분장과 상황까지를 세밀하게 설정한다. 내가 무도를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설정을 너무 잘해서이지, 이들이 아무 설정도 없이 이렇게 웃기리라고 믿기 때문이 아니다.

버라이어티는 절대 리얼하지 않다. 방송에서 리얼리즘을 표방하고 또 실현하는 장르는 뉴스(시사)와 다큐 뿐이다. 리얼버라이어티란 리얼형식을 소재로 삼는 것 뿐이다. 버라이어티가 영화를 패러디한다고 그것이 영화가 되지 않는것과 같다.

그래서 이번 대본논란의 호들갑은 방향이 잘못됐다. 패떳이 버라이어티로서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설정을 한것은 아무런 잘못도 논란거리도 될 수 없다.

차라리 아무 의미없이 그냥 프로그램에 훈훈함을 더하기 위한 어르신들의 관광장면 삽입이나, 8-9명이 더덕 한바구니 캐고 어르신들의 일을 돕고 있다는, 어설프고 감동도, 재미도 없는 설정을 비난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이정도를 빼면 패떳은 저런 대본과 설정들 때문에 참 재밌다.

'버라이어티'다. 왜이러나. 아마추어같이.

   

뉴스에도 이런 설정이 나오는 세상에, 버라이어티가 뭘.

뉴스등의 정보는 인터넷을 이용하고, 연속극은 질색인 제가 TV를 즐겨보는 이유는 버라이어티 때문입니다. 물론 시간이 여의치 않아 대부분 케이블을 통한 재방송을 통해서 보긴 하지만 시간이 날때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을 봅니다. 본방사수를 하는 매니아는 아니더라도, 공중파 케이블의 여러 버라이어티를 챙겨서 보는 버라이어티 팬인 제가 요즘  버라이어티들에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은 2주편성 시스템입니다.

무도, 패떳, 1박2일.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버라이어티들은 한 에피소드를 2-3주에 걸쳐 방영합니다. 패떳과 1박2일은 2주편성이 거의 고정됐고, 무한도전 정도가 적은 분량의 특집의 경우 1주 편성을 하기도 합니다.

스토리전개가 있는 연속극도 아니고, 좀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시간때우려고 보는 버라이어티의 후반부를 보기 위해서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조금 짜증나는 일입니다. 특히 버라이어티들이 특정한 포멧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경우 이 짜증은 점점 도를 더해갑니다.

패떳과 1박2일이 한번(1박2일간)의 촬영분량으로 2주를 편성하다보니, 시청자들은 등장하는 캐릭터도 똑같고, 의상도 똑같고, 배경도 똑같은 장면을 2주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간간이 옷을 갈아 입거나 장소이동을 하기도 합니다)

패떳의 경우 1주차에 집결, 미션하나, 저녁식사, 게임하나, 2주차에 순위결정, 취침에피소드, 식사당번게임, 아침식사, 미션하나, 해산의 구성을 반복합니다. 물론 버라이어티의 특성상 이런 포멧위에서 캐릭터들이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계속되는 반복이 어느정도 지겨운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별 재미가 없는 에피소드가 2주로 나뉘어 방영되는 것은 참기 힘들죠.

물론 스튜디오 촬영이 아닌 지방로케와 1박을 해야하는 두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리고 국내 톱스타들을 포진시킨 출연진의 구성상, 매주촬영은 힘든 일입니다. 때문에 2주 1회의 1박2일 촬영으로 2주분 분량을 뽑아낼수 밖에 없습니다. 즉 "재미있는 분량이 많아서 2주로 편성"한 것이 아니라 "2주로 방영하기 위해서 별 재미없는 장면도 삽입"되었다는 느낌을 종종 받게된다는 것입니다. 주말 황금 시간대에 일어나는 전파낭비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2주편성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 최근의 무한도전은 신선한 구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전제작 시스템을 도입한 버라이어티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을 보았다고나 할까요?

물론 기존에도 무한도전은 독창적인 편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한에피소드를 4주편성을 하는가 하면, 다수의 에피소드를 모아 1주편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무한도전의 편성의 특징은 분량이 아니라 재미를 중심에 둔다는 것입니다. 가령 논란이 많았던 좀비특집의 경우, 1-2주 편성으로 준비되고 촬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28분편성'이라는 특단의 편성을 선택합니다.

그중 대부분의 시간을 또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패러디 하는데 할애하기도 하고, 그래도 남는 시간은 전진을 괴롭혔다며 욕을 먹었던 '빨리 일어나주길 바래'특집을 급조해서 1주 편성으로 내보냈습니다. 정해진 편성시간을 정해진 하루 혹은 1박2일의 촬영분으로 채우는 편성이 아니라,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기획을 모아서 한주를 편성하는 방식의 버라이어티인 것입니다.

최근 방영된 에어로빅과 달력제작, 두개의 에피소드는 무한도전의 이런 장점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에어로빅 특집이 대회전날 모여서 연습을 시작하고 다음날 대회에 나가는 정도의 촬영분으로 편집되었다면 2주편성도 길게 느껴질만큼 지겨웠을지도 모릅니다. 요즘 무한도전의 캐릭터들이 전성기만큼 못 웃기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무한도전은 무려 3달에 거쳐, 동네 에어로빅센터에서 부터 수차례의 국가대표로부터 훈련, 지옥훈련, 무대적응훈련, 본무대, 거기에 개별멤버들의 연습과정까지를 담아냅니다. 에어로빅 연습이라는 한 소재를 2주나 방영했음에도, 시청자들도 동작의 순서를 외울정도였으면 이런 편성이 지겨워야 함에도, 무한도전 에어로빅 특집을 기어이 3회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3달간 시간의 흐름과 노력을 보여주는 최소 10회 이상의 촬영과 다양한 에피소드들 때문입니다.

달력특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1주 편성이었던 아이템을 1년이 지나 또 우려먹으면서도 무려 2주반 편성을 하는데도 또 보게 되는 것은 무려 1년여간 촬영한 다양한 화면과, 캐릭터와 프로그램의 1년간의 역사와 매치시켜내는 구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화면과 아이템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패떳은 저녁식사후엔 순위선정을 할 것이라는 것을, 1박2일은 숙소도착후 잠자리 복불복과 야외취침을 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 할 수 있지만, 무한도전은 에어로빅 대회에 나갈 것이라는 큰 예측을 제외하면 다음 화면에, 다음주에 무엇을 할 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제가 무한도전만은 본방사수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박2일의 인기가 주춤하고, 패떳의 상승세가 수그러듭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반복되는 패턴에 먹혀버린 탓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3년을 이어오면서도 끊임없이 변신하는 무한도전에서 답을 구해볼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무한도전 you & me 콘서트 리뷰
천하의 유재석도 파업 앞에선 웃기지 못했다. [블로그파업]

단연 패러디의 제왕,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그간 미디어의 여러 장르를 패러디해왔습니다. 무한도전의 패러디는 기존의 연예프로그램들이 단순히 대중들에게 유명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과는 달리, 패러디 대상들의 장르적 특성을 재현하고 혹은 재현하는 과정을 담아냄으로서, 새로운 유형의 버라이어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드라마에 실제 출연했던 이산특집, 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과 경기를 했던 올림픽 특집이 '도전'을 테마로 이들 장르를 경험하는 포멧이었다면, 호러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버라이어티와 접목하려했던 [좀비특집], 드라마 장르를 패러디했던 [드라마특집], 스포츠 장르를 패러디했던 [전국체전특집] 등은 장르적 특성을 충실하게 버라이어티내에서 재현하려 시도했던 특집입니다.

이런 무한도전의 패러디와 장르 모방은 무한도전의 포멧을 다양화해서 '질리지 않는 버라이어티'를 만드는 힘이자, 캐릭터들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가는 힘이기도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코미디 혹은 버라이어티에서 패러디하기 시작한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흘렀고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패러디를 하지만, 장르적 특성을 충실하게 재현하려고 하는 무한도전의 패러디는 단연 압권입니다.

무한도전 PD특공대,
김태호PD의 속마음이 궁금하다.

이번 무한도전의 [PD특공대]는 속칙 PD저널리즘이라 불리는 미디어의 저널리즘 양식을 빌어와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무한도전이 저널리즘을 패러디한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 [무한뉴스]를 통해서 뉴스를 패러디했고, 바로 이전 특집인 [지못미특집]의 후반부에는 연예저널리즘을 패러디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주 무한도전을 보면서 내심 흥미로웠던 것은, 왜 김태호PD가 PD저널리즘을 소재로 삼았는가 입니다. 그것도 이전 특집을 통해서 연예저널리즘을 비꼰 바로 다음 특집에서 말이죠.

지난 지못미 특집에서는 실제 이슈도 아닌데 수십명의 기자가 달려들어 취제경쟁을 펼치는, 하이에나가 고기 덩어리에 무리지어 몰려들듯이 이슈가 생기면 개때처럼 달려드는 일명 하이에나저널리즘, 연예저널리즘을 패러디해서 웃음을 줬었습니다. 무한도전 혹은 김태호PD의 연예저널리즘에 대한 냉소가 느껴지는 특집이었습니다.

반면 이번 PD저널리즘을 다룬 특집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일단 PD저널리즘이 촛불정국과 맞물리면서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포함한 보수세력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보수세력의 보복성 인사로 KBS는 사장이 갈리기도 했습니다. PD저널리즘에 대한 보수세력의 칼날이 서슬퍼런 이 시기에 PD저널리즘에 대한 패러디는 다소 위험한 선택일수 있고, 또한 저번 네멋대로 해라 특집처럼 결과물만을 상영해도 되는 내용을 굳이 PD수첩의 세트와 구성을 빌어 PD저널리즘을 재현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이에나 저널리즘은 시니컬하게 패러디했던 무한도전이, PD저널리즘은 제작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공을 들이는 모습에서는 일면의 따듯함도 느낄수 있었습니다.

물론 무한도전은 버라이어티고, 장르들에 대한 패러디는 철저하게 재미를 위해서 배치됩니다. 완성도 있는 패러디를 잘 배치해 웃음을 끌어내는 무한도전 제작진의 능력에 매주 감사할 따름이죠. 이번주 PD특공대 특집 역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노홍철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내용을 PD의 권한을 이용해 만들어낸 노홍철편을 가장 비중있게 다룬 것을 보면, 역시 무한도전이 정치색을 띄며 PD저널리즘을 옹호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분들은 이번 특집의 노홍철편을 통해서 무한도전이 PD저널리즘의 폐해를 꼬집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연예저널리즘에 대한 패러디에 비추어 보면, 저는 오히려 PD저널리즘을 따듯한 시각으로 재해석했다고 보입니다. 물론 재미라는 버라이어티적 가이드라인 안에서 말이죠.

저는 김태호 PD의 속마음이 궁금합니다. 왜 굳이 PD저널리즘을 패러디 했는지 말이죠. 아 물론 김태호PD는 재미를 위해서 가장 좋은 소재를 그냥 가져다 쓴걸 수도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닭장차부수는 촛불폭도만 보이듯이, 저도 제맘에 맞는 무한도전의 좋은 면만을 찾으려고 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다소 그렇다 쳐도 김태호 PD의 속마음은 정말 궁금합니다.


덧. 하나. 정형돈의 전격 문근영 프로포즈는 꼭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덧. 둘. "노오오옹철~♪"이 머리에서 안 지워져요.

무한도전, 리얼버라이어티 2위가 아닌,
"크로스오버 버라이어티" 막강 1위!


무한도전 좀비특집에 대한 기사와 블로그포스트들을 보다가 든 생각을 포스팅해 봅니다. 대체로 이번 좀비특집에 대해서는 혹평이 대세더군요. 특히나 이름도 낯선 연예신문들은 낮은 시청률을 근거로 들며 이번 좀비특집을 실패로 규정합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대세인 시대에 리얼버라이어티의 원조 혹은 대표격인 무한도전의 약발은 다한 걸까요... 이 질문이 쫄쫄이 시절 무모한도전의 광팬이었으며 아직까지 토요일 저녁 약속은 잡지 않으면서도, 단 한번도 쓰지 않았던 연예프로그램에 대한 포스팅을 쓰게된 이유입니다. (무도빠란 것을 미리 밝혔으니, 읽고보니 알바네...와 같은 리플은 금지입니다)

무한도전, 리얼의 홍수 시대에 진짜 '리얼'을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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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모든 채널은 리얼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합니다. 전국의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시골마을을 찾아가며, 심지어는 결혼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버라이어티의 오락성을 위한 설정일 뿐, 단어의 뜻 그대로의 리얼이 아닙니다. 리얼버라이어티는 오락성을 위해 설정(리얼이 아닌!)된 틀 안에서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패턴으로 진행됩니다. 멤버들의 돌출행동이라는 변수를 가지고 있을뿐 전반적인 설정과 소재라는 상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즉 러닝타임을 채울만한 충분한 설정이 존재하기에 주말 황금시간대에 안정적인 방송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번 무한도전의 좀비특집은 이런 상수를 변수가 뒤집어 버리는 '리얼함'을 보여준 방송입니다. 설정(기획)과 준비로 봐서는 족히 3주는 방영이 가능한 아이템도 진짜 리얼로 놔두면 28분짜리도 안된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파격을 보여줬습니다. 런닝타임을 채우는 것을 우선시 했다면 예고편을 위한 영상을 '리얼로 가장'해서 방영했어도, 기획은 실패했지만 촬영분이 있으므로 편집으로 때우는 것도 가능했지만, 무한도전 제작진은 기획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리얼하게 방영하는 것을 선택함으로서, 리얼 버라이어티의 진짜 리얼을 보여주었습니다.


무모한 도전으로 인한 리얼버라이어티 실패?
무한도전은 크로스 오버 버라이어티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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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패러디, 무리한 실험으로 프로그램이 실패했다는 지적은 잠시 보류해야 합니다. 무한도전은 현재의 리얼버라이어티들중 가장 불안정한 포멧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아니 반대로 혁신적인 포멧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다른 버라이어티들이 일정한 포멧을 가지고 소재를 바꾸어 가며 비슷비슷한 방송을 되풀이할때 무한도전은 소재자체에 포멧을 맞추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갑니다.

무한'도전'이라는 기본 포멧으로 스포츠댄스등에 도전하는 모습을 담을 뿐만 아니라, 이 포멧에 적합하지 않은 소재가 나타날때는 아예 포멧자체를 바꾸어버립니다. 경주특집이나 가족특집 등은 소재에 맞게 기본포멧을 포기하고 과감히 새로운 포멧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무한도전은 리얼버라이어티라는 한가지 틀에 얽메이지 않고 때로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때로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때로는 에니메이션의 형식을 과감하게 차용합니다. 때문에 무한도전은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이름으로 단순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여러장르의 포멧을 소재에 맞게 활용하는 크로스오버 리얼버라이어티로 봐야합니다.

그리고 이번 좀비특집은 그 절정이 될만한 소지가 충분했습니다. 티비프로그램 특히 버라이어티에서는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블록버스터 호러영화의 포멧을 차용함으로서 기존에 볼수 없었던 상황과 영상을 담아냈습니다. 특히 영화세트를 이용한 대규모 좀비등장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실패가 아쉽긴 했지만 다수의 캐릭터를 앞세워 쉽게 러닝타임을 채우는 현재의 리얼버라이러티들이 충분히 보고배울, 이런 버라이어티들 밖에 선택권이 없던 시청자들에게 분명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시도였다고 봅니다.


시청률 저조? 제발 계속 저조했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청률저조는 광고유치를 힘들게 합니다. 무한도전의 장기적인 방영을 위해서는 마땅히 시청률이 높기를 바래야 합니다. 잘나가던 시절 20%를 훌쩍 넘던 무한도전의 요즘 시청률은 17%정도입니다. 1박2일의 절반정도의 시청률이죠. 토요일저녁 황금시간대의 막강한 경쟁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높아지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프로그램의 마이너함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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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위 1박2일이 전국의 좋은 곳을 찾아다닌다는 건전한 주제로 군부대를 방문하는 바람직한 모습에 급기야 백두산에 올라 합수를 하는 훈훈한 방송을 함으로서 전연령대가 거부감을 갖지 않고 즐길수 있는 포멧을 갖추었다면, 무한도전은 전연령대가 만족하며 보기에는 너무 경박스런 멤버들과 소재를 활용합니다.

1박2일의 멤버들이 백령도 해병대를 대하는 모습에서는 국방의 의무가 갖는 신성함에 대한 존경이 느껴지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이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대하는 모습은 '감히 국가대표선수에게'와 같은 어휘를 쓰시는 분들에게는 즐기기 어려운 장면인 것이 사실입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레슬링 국가대표들보다 조인성에 열광하고, 에너지절약을 외치기보다 자기 방송분량을 걱정합니다. 때문에 에너지 특집, 지구온난화특집, 올림픽특집과 같이 일반적으로 훈훈해지는 소재의 방송을 해도 1박2일의 백두산 특집과 같은 온가족이 둘러앉아 볼 그림이 안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캐릭터, 자막들로 만들어지는 이런 무한도전의 건방짐, 개인주의, 시니컬함 등은 무한도전이 모든 국민이 즐기는 1위 버라이어티가 되는것을 막을지는 몰라도 무한도전의 팬들에게는 희열을 주는 장치입니다. 아름답고 훈훈한, 건전하고 바른 말은 1박2일의 강호동이 많이 하고 있으니, 박명수와 노홍철은 앞으로도 국가대표선수고 대통령이고 간에 악담과 장난과 무시로 일관해줬으면 합니다.


그래서, 재미있었냐고?
재미없었습니다.


예. 이번 좀비특집, 별로 재미 없었습니다. 이번주는 1박2일이 재밌더군요. 요즘 일요일 저녁 약속도 많이 줄이는 편입니다. 하지만 한달쯤 지난후, 여전히 수많은 리얼버라이어티들이 판치는 속에서 기억나는 장면이 있나고 물어보면, 좀비특집이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강호동이 레프팅하던게 인제특집인지 백령도 특집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도, 패밀리가 백미리에 갔는지 백두산에 갔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좀비특집은 기억에 남을겁니다.

빵 터지는 농담과 상황보다도 기억에 남는 버라이어티, 전국민이 같이 웃지는 못해도 나를 웃겨주는 마이너한 감성의 버라이어티. 좀 재미 없어도.. 재미없는 특집이 두세주 이어져도.. 쉽게 토요일 약속을 잡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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