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패떳 대본공개가 논란이다. 논란의 이유는 '리얼버라이어티에 대한 시청자의 믿음을 배신한 뭐뭐뭐'다. 그냥 일축한다. 왜이래? 아마추어같이.

가장 말이 많은 이른바 '국민남매 연출' 부분이다.

'효리, 죽비로 재석을 x침
     재석 : 야 효리야! 너 자꾸 왜그래
     효리 : 재밌어! 예진어 너도 해봐
     재석 : 아니. 하긴 뭘해봐
'효리 재석 티격태격


방송의 대사와 다르다. 방송에서는 훨씬 많은 대사와 에드립이 나왔다. 그리고 실제 시청자, 아니 적어도 내가 웃었던 부분은 대사보다는 유재석이 수년간 구축해왔던 캐릭터를 십분 활용한 표정과 액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통칭, 대본이라 불리는 저 간단한 몇개의 문장에서는 아무런 웃음도 나지 않는다. 다만 저것은 제작진이 준비한 설정일 뿐이다. '유명연예인들이 농촌을 배경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살려서 웃음을 만든다'는 누구나 알고 있는 패떴의 기본 설정의 단순한 응용일 뿐이다.

저정도의 설정은 농촌다음에는 화면이 겹치지 않게 어촌을 찾아가는 설정이나, 매기를 잡는게 재밌을지, 닭을 잡는게 재밌을지를 결정하는 정도의 설정과 다를바가 없다.

저정도의 설정이 들어간 것을 가지고 '리얼이 아니다'고 할 정도라면, 진짜 리얼버라이어티는 '몰래카메라' 뿐이다. 이나마도 상황설정을 배제한 몰카여야 리얼이라는 칭호를 얻을테고, 그럼 아마도 재미없어서 아무도 안볼거다.

'리얼'은 지향. 무도, 1박, 패떳 모두 그냥 '버라이어티'일 뿐

심지어, 무도나 1박2일과 비교해 패떳은 리얼이 아니다는 주장은 황당하다. 무도를 한국최고의 리얼버라이어티라 이미 여러번 칭송한바 있는  무도빠인 내가 봐도 저것은 억지다.

설정으로 따지면 무도가 가장 설정이 많다.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캐릭터들에게 의존하는 1박과 패떳에 비해, 무도는 매회 아이템을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서 캐릭터들의 세세한 설정을 더한다. 가령 정형돈은 항상 여장을, 박명수는 항상 악마역을 분장과 상황까지를 세밀하게 설정한다. 내가 무도를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설정을 너무 잘해서이지, 이들이 아무 설정도 없이 이렇게 웃기리라고 믿기 때문이 아니다.

버라이어티는 절대 리얼하지 않다. 방송에서 리얼리즘을 표방하고 또 실현하는 장르는 뉴스(시사)와 다큐 뿐이다. 리얼버라이어티란 리얼형식을 소재로 삼는 것 뿐이다. 버라이어티가 영화를 패러디한다고 그것이 영화가 되지 않는것과 같다.

그래서 이번 대본논란의 호들갑은 방향이 잘못됐다. 패떳이 버라이어티로서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설정을 한것은 아무런 잘못도 논란거리도 될 수 없다.

차라리 아무 의미없이 그냥 프로그램에 훈훈함을 더하기 위한 어르신들의 관광장면 삽입이나, 8-9명이 더덕 한바구니 캐고 어르신들의 일을 돕고 있다는, 어설프고 감동도, 재미도 없는 설정을 비난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이정도를 빼면 패떳은 저런 대본과 설정들 때문에 참 재밌다.

'버라이어티'다. 왜이러나. 아마추어같이.

   

뉴스에도 이런 설정이 나오는 세상에, 버라이어티가 뭘.

뉴스등의 정보는 인터넷을 이용하고, 연속극은 질색인 제가 TV를 즐겨보는 이유는 버라이어티 때문입니다. 물론 시간이 여의치 않아 대부분 케이블을 통한 재방송을 통해서 보긴 하지만 시간이 날때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을 봅니다. 본방사수를 하는 매니아는 아니더라도, 공중파 케이블의 여러 버라이어티를 챙겨서 보는 버라이어티 팬인 제가 요즘  버라이어티들에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은 2주편성 시스템입니다.

무도, 패떳, 1박2일.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버라이어티들은 한 에피소드를 2-3주에 걸쳐 방영합니다. 패떳과 1박2일은 2주편성이 거의 고정됐고, 무한도전 정도가 적은 분량의 특집의 경우 1주 편성을 하기도 합니다.

스토리전개가 있는 연속극도 아니고, 좀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시간때우려고 보는 버라이어티의 후반부를 보기 위해서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조금 짜증나는 일입니다. 특히 버라이어티들이 특정한 포멧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경우 이 짜증은 점점 도를 더해갑니다.

패떳과 1박2일이 한번(1박2일간)의 촬영분량으로 2주를 편성하다보니, 시청자들은 등장하는 캐릭터도 똑같고, 의상도 똑같고, 배경도 똑같은 장면을 2주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간간이 옷을 갈아 입거나 장소이동을 하기도 합니다)

패떳의 경우 1주차에 집결, 미션하나, 저녁식사, 게임하나, 2주차에 순위결정, 취침에피소드, 식사당번게임, 아침식사, 미션하나, 해산의 구성을 반복합니다. 물론 버라이어티의 특성상 이런 포멧위에서 캐릭터들이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계속되는 반복이 어느정도 지겨운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별 재미가 없는 에피소드가 2주로 나뉘어 방영되는 것은 참기 힘들죠.

물론 스튜디오 촬영이 아닌 지방로케와 1박을 해야하는 두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리고 국내 톱스타들을 포진시킨 출연진의 구성상, 매주촬영은 힘든 일입니다. 때문에 2주 1회의 1박2일 촬영으로 2주분 분량을 뽑아낼수 밖에 없습니다. 즉 "재미있는 분량이 많아서 2주로 편성"한 것이 아니라 "2주로 방영하기 위해서 별 재미없는 장면도 삽입"되었다는 느낌을 종종 받게된다는 것입니다. 주말 황금 시간대에 일어나는 전파낭비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2주편성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 최근의 무한도전은 신선한 구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전제작 시스템을 도입한 버라이어티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을 보았다고나 할까요?

물론 기존에도 무한도전은 독창적인 편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한에피소드를 4주편성을 하는가 하면, 다수의 에피소드를 모아 1주편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무한도전의 편성의 특징은 분량이 아니라 재미를 중심에 둔다는 것입니다. 가령 논란이 많았던 좀비특집의 경우, 1-2주 편성으로 준비되고 촬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28분편성'이라는 특단의 편성을 선택합니다.

그중 대부분의 시간을 또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패러디 하는데 할애하기도 하고, 그래도 남는 시간은 전진을 괴롭혔다며 욕을 먹었던 '빨리 일어나주길 바래'특집을 급조해서 1주 편성으로 내보냈습니다. 정해진 편성시간을 정해진 하루 혹은 1박2일의 촬영분으로 채우는 편성이 아니라,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기획을 모아서 한주를 편성하는 방식의 버라이어티인 것입니다.

최근 방영된 에어로빅과 달력제작, 두개의 에피소드는 무한도전의 이런 장점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에어로빅 특집이 대회전날 모여서 연습을 시작하고 다음날 대회에 나가는 정도의 촬영분으로 편집되었다면 2주편성도 길게 느껴질만큼 지겨웠을지도 모릅니다. 요즘 무한도전의 캐릭터들이 전성기만큼 못 웃기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무한도전은 무려 3달에 거쳐, 동네 에어로빅센터에서 부터 수차례의 국가대표로부터 훈련, 지옥훈련, 무대적응훈련, 본무대, 거기에 개별멤버들의 연습과정까지를 담아냅니다. 에어로빅 연습이라는 한 소재를 2주나 방영했음에도, 시청자들도 동작의 순서를 외울정도였으면 이런 편성이 지겨워야 함에도, 무한도전 에어로빅 특집을 기어이 3회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3달간 시간의 흐름과 노력을 보여주는 최소 10회 이상의 촬영과 다양한 에피소드들 때문입니다.

달력특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1주 편성이었던 아이템을 1년이 지나 또 우려먹으면서도 무려 2주반 편성을 하는데도 또 보게 되는 것은 무려 1년여간 촬영한 다양한 화면과, 캐릭터와 프로그램의 1년간의 역사와 매치시켜내는 구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화면과 아이템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패떳은 저녁식사후엔 순위선정을 할 것이라는 것을, 1박2일은 숙소도착후 잠자리 복불복과 야외취침을 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 할 수 있지만, 무한도전은 에어로빅 대회에 나갈 것이라는 큰 예측을 제외하면 다음 화면에, 다음주에 무엇을 할 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제가 무한도전만은 본방사수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박2일의 인기가 주춤하고, 패떳의 상승세가 수그러듭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반복되는 패턴에 먹혀버린 탓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3년을 이어오면서도 끊임없이 변신하는 무한도전에서 답을 구해볼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무한도전 you & me 콘서트 리뷰
천하의 유재석도 파업 앞에선 웃기지 못했다. [블로그파업]

1박2일의 부산편 방영을 계기로 '사직구장 논란'이 다시 일어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1박2일 팀이 야구팬들을 불편하게 했는가하는 문제는 이미 여러분들이 포스팅을 하셨고, 제작진 측에서도 해명이 있었으므로, 이 이야기는 패스하려고 합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직접적인 논란 보다는 요즘 1박2일을 보면서 들었던 단상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이번 1박2일 논란은 리얼버라이어티의 아이템에 대한 자기복제가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리얼버라이어티가 아이템에 집착할때 리얼함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템에 안주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한계

이번 주말 무한도전과 1박2일은 동시에 과거에 성공했던 아이템을 다시 활용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무한도전은 '유거성'을 탄생시켰던 '네 멋대로 해라' 특집의 아이템을 다시 활용해서 '피디특공대' 특집을 제작했고, 1박2일은 이미 충주대, 백두산편, 거창편의 노래자랑 등에서 활용했던 콘서트 아이템을 다시 활용해서 부산편의 사직구장 아이템을 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무한도전은 무난하게 아이템의 자기복제에 성공한 반면 1박2일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1박2일이 저지른 표면적인 실수는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 수만의 야구장을 찾은 팬들과 시청한 수백만의 팬에게 크던작던 경기에 몰입하는데 방해를 주었다는 점입니다. 거창편에서 노래자랑에 출연하며, 충주대와 중국에서 콘서트를 열면서 성공하긴 했으나 사실 콘서트 아이템은 1박2일의 메인아이템은 아닙니다. 하지만 콘서트 아이템은 사용할때마다 성공했고, 부산, 야구열기, 사직구장, 중요경기, 언론의 주목도 등을 따져볼때 당연히 욕심나는 아이템이었을 것입니다.

때문에 1박2일의 고유 아이템인 여행과정이나 관광지 소개도 간략하게 생략하고 사직구장 아이템 그리고 콘서트 아이템에 집중했습니다. 부산편 2편에서 부산의 어떤 모습을 담을지는 모르겠으나 1편만으로는 가히 1박2일 야구특집, 혹은 야구체험이라 불러야 할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작은 규모의 게릴라성 콘서트였던 충주대나 중국과는 달리, 녹화방송인 전국노래자랑과는 달리, 사직구장은 수많은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주요 생방송경기이자 현장에만 수만의 사람이 운집해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장에서 콘서트 아이템을 사용하려면 당연히 그에 걸맞는 철저한 준비가 있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민박집에서 두어시간 연습한 공연을 가지고 사직구장에 도착한 1박2일 제작진은 실수를 거듭하며 수만관중과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과거 성공한 아이템을 안일하게 자기복제하려다 생긴 현장과의 트러블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1박2일 부산편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인 리얼버라이어티의 특성을 찾아 볼수가 없습니다. 사직구장 하프타임 콘서트라는 거대한 아이템이 리얼버라이어티의 핵심인 캐릭터들의 자유분방함을 잡어먹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은 시종일관 사직구장의 팬들에 대한 존경을 표하느라 출연진들의 감탄하는 표정만을 담아내기 바빴습니다.  승기의 허당함도 지원의 초딩함도 다 아이템에 먹혀버렸습니다. 리얼버라이어티 1박2일이라기 보다는 교양프로그램 '체험 삶의 현장' 혹은 '사직구장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반면 역시 지난 아이템을 자기복제한 무한도전은 무난하게 복제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네 멋대로 해라 특집이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미있는 아이템을 뽑아서 무난하게 제작하기 보다는, 지난 네 멋대로 해라 특집에서 비교적 작게 다루어졌던 출연진들의 제작과정을 보다 풍부하게 다루는 것으로 아이템을 확장시킴으로서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아이템이 캐릭터들을 잡아 먹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들이 아이템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리얼버라이어티 다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역시 장수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저력이 느껴지는 특집이었습니다.

1박2일, 뭐가 그리 급한가?

요즘은 무한도전보다 확실히 1박2일이 재미있습니다. 이번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한도전은 다음주에는 재미있을거라는 기대를 하게하고, 슬슬 1박2일은 지겨워져갑니다. 언제부터인가 1박2일에는 리얼버라이어티의 즐거움인 돌발적인 상황이 줄어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점점 제작진이 준비한 아이템이 늘어나 캐릭터들이 뛰놀 공간을 줄여가고, 이제 성공한 아이템에 대한 단순한 자기복제까지 이어져 지겨워져 갑니다.

1박2일은 리얼버라이어티로서 훌륭한 캐릭터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캐럭터라고 생각하는 웃기지 않는 개그맨 정형돈 이후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은초딩 캐릭터나 이수근 김씨의 달인 캐릭터도 버라이어티에 재미를 더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1박2일이 재미를 만들수 있는 캐릭터들이 좀더 뛰어놀수 있게, 박명수처럼 몇번의 캐릭터 변신을 성공하며 스스로 진화할 수 있게 좀더 긴 호흡을 갖는다면, 1박2일은 지금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1위 수성에 급급해 인기 아이템을 자기복제하는데 연연하느라, 실제 지금의 1박2일을 있게한 캐릭터들을 묻히게 한다면 이 1위는 얼마가지 못할 것입니다. 저의 일요일 저녁을 책임지고 있는 1박2일의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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