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빠를 실망시킨 일자리 특집

무한도전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내로라 하는 특집들은 무한도전 시리즈중 가장 웃긴 특집은 아니었다. 모델특집이나 스포츠댄스 특집 등의 무도의 기본 컨셉인 캐릭터들의 도전기를 다루는 특집들은 출연진들의 성장과정과 성공후 질질짜는 모습에 까지 감정을 이입시키며 시청자들과 정서적 공감대를 만들었냈다. 또 무인도 특집이나 좀비특집은 서버이벌과 호러같은 장르를 버라이어티로 만들수 있는가에 대한 제작진들의 무한도전이었고 기존 버라이어티와는 전혀 다른 편집과 영상을 통해 기획력 혹은 퀄리티에 대한 만족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무한도전은 '정말 재미있었다'는 평보다 '감동적이었다' 혹은 '신선했다'는 평이  올라오는 드문 버라이어티다. 

그리고 이런 무한도전의 특징들이 다른 버라이어티에 비해 충성도 높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꼽 빠질정도로 재미있지 않아도, 열광할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자연히 열성적인 팬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눈높이에서 볼때, 이번 무도의 일자리 특집은 '무성의'해 보인다. 세심한 기획의 흔적도, 열광할 만한 무엇도 없다.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나오는 다른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 실망이다.

그냥 체험 직업현장으로 만들거나 결방하지 그랬나?

이번 무한도전은 '일자리가 미래다'라는 MBC 캠페인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날 MBC는 정규방송을 취소하고 12시간짜리 일자리 특집을 내보냈고, 그 가운데 무한도전만 '일자리특집'이라는 타이틀로 정규방송으로 방영되었다. 물론 일자리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MBC가 이런 특집을 방영한 것에 대한 불만도, 사회적 문제나 소외된 분야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던 무한도전이 버라이어티임에도 사회적 문제에 대한 특집을 만드는 것에도 반대하지는 않는다.

실망의 이유는 낮은 퀄리티다. 그동안 무한도전이 비인기스포츠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했던 특집들의 효과는 어떤 캠페인보다 훌륭했다. 지난 봅슬레이 특집은 봅슬레이 경기장도 없이 얇은 선수층으로 국가대표 선발전마져 일본에서 치뤄야하는 실상을 사회에 환기시키는 방법으로 일본의 연습장면, 장비수준들을 디테일하게 다뤘다.

그러나 이번 일자리 특집은 밑도 끝도 없다. 무작정 봉고에 타고 시장으로 김치공장으로 나가 일을하고 봉투를 받고 돌아온다. 공익성을 띈 특집으로서 이번 무한도전은 상황에 대한 어떤 환기도 시키지 못했다.

실업문제의 실상을 다루고자 했다면, MBC 입사시험을 다뤘던 지난 특집이 구직도전으로 더 적절했을 테고, 핸드볼특집이나 연말콘서트처럼 구직자들을 만나 그들이 이야기 혹은 사는 모습을 담고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포멧을 진행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 터다.

이른바 직업 체험이라는 형식은 좀 당황스럽다. 일자리의 문제는 구직자가 직업의 다양한 유형을 알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직업들이 있다고 소개하는 것은 일자리문제에 대한 주의환기도, 일자리문제 해결을 위한 도전도 아니다. 사족처럼 덧붙이자면, 시장 식당배달이나 수공업 공방과 같은 통상의 저임금 일자리는, 각하께서는 희망을 갖고 도전해볼만한 일이라고 하실지 모르나, 오히려 일자리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취직이 취미활동이 아닌 이상 일자리문제는 일자리 수입을 통한 삶의 질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물고기를 무서워하는 노홍철이 수족관에서 일하는 체험은 실업난에 전공에 관계없이 너도나도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분위기나 최저임금마져 깍으려고 하면서도 비정규직에 희망을 갖고 도전하라며 불안하고 불만족스런 일자리를 강요하는 각하의 말씀이 생각나 씁쓸하기까지 했다.

'체험직업현장' 특집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질낮은 일자리에서도 자기 몫을 묵묵히 하는 직업의 현장을 체험하는 특집이었다면 모르겠으나, 지금도 저임금의 질낮은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 이런 일자리들을 소개하면서 '일자리특집'이라는 제목은 당혹스럽다.

무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다. 잘하자.

이번 일자리 특집은 무한도전 본방이 아니라, 체험 삶의 현장에 나온 무도멤버들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물론 무도가 시사프로그램도 아닌데 사회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설프게 다룰 거라면 다루지 않는 편이 나았을 거란 지적은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실업난 경제난에 무한도전이 할 일은 어설픈 일자리 특집을 만드는게 아니라, 본래의 수준높은 버라이어티로 시청자들을 잠시나마 즐겁게 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무한도전은 무한도전답게 가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