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합창단편의 여운이 사라지지가 않는다. 그래서다. 미드 'GLEE'를 보기 시작했다. 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건 막장 드라마다.

글리의 배경은 오하이오의 한 도시의 고등학교. 실제 오하이오가 미국에서 어떤 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설정상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별볼일 없는 일상이 예정되어있는 시골도시로 나온다. 시골고등학교에서, 인기있는 미식축구팀과 치어리더팀에게 무시당하던 글리클럽이 대회를 통해 성장한다는 훈훈한 드라마일것 같지만, 글리는 그냥 뮤지컬, 코메디, 그리고 막장드라마다.

글리(GLEE)는 합창을 폭넓게 뜻하지만, 실제 드라마에서 글리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혹은 쇼가 가미된 합창을 이야기한다. 남격에 비춰보자면 넬라판타지아라기 보다는 에니메이션메들리에 가깝다. 좀더 남격에 비교해 설명하자면, 글리는 박칼린과 배다해가 없는, 그냥 엄청 노래 잘하는 남자의 자격 고정 멤버들이 존재한면.. 이런 분위기에 가깝다.

주인공들은 공주병 걸린 괴짜에, 우유부단한 쿼터백, 혼전임신한 치어리더이자 순결클럽 회장, 아기는 잘 키울 자신이 있지만 눈에 띄는 다른 여자들과 계속 사귀고 싶다는 미식축구선수까지 다양하다. 이 캐릭터들이 꺼내놓는 이야기는 한국에서 아침 시간에 방영해도 될만큼 막장이다. 출생의 비밀과 배다른 동생을 사랑한다는 이야기 정도를 빼면 막장이라고 부를만한 요소를 다 보여주는 드라마다. 물론 이런 막장들이 귀엽기 그지 없지만 말이다.

어쨋든 한참을 잘 만들어진 스토리를 힘있게 끌고가는 드라마에 빠져있던 내가 글리에 빠져든건 노래와 퍼포먼스 때문이다. 롤링스톤즈, 비틀즈의 고전부터 비욘세와 레이디가가의 노래까지를 멋지게 편곡해서 불러내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못지 않은 퍼포먼스를 매회 보여주는데 눈길을 뗄수가 없다. 왜 미국서 인기를 끌고 이름있는 뮤지션들이 카메오로 출연을 이어가는지를 이해가 될 만큼 흥겨운 퍼포먼스를 만들어낸다.

거기다 게이, 아시아계, 장애인등 소수자에 대한 전혀 따듯하지 않지만 직설적인 시선도 꽤 마음에 든다. 게이소년은 아버지를 위해 미식축구 게임에 출전하기도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커밍아웃을 늦추진 않는다. 장애인 소년은 휠체어를 이용해 누구보다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글리대회 출전을 위한 장애인 버스보다 학교에 경사로를 설치하자고 말한다. 두 게이아빠에게 입양된 유태인 소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권단체를 들먹이며 교장을 협박하는 장면은 통쾌하기 그지없다. 시선보다 소수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당당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게 정확한 표현을 듯하다.

슈퍼히어로와, 잘짜여진 스릴러와, 피와 토막시체가 즐비하던 미드에 지쳤다면 추천할만한 미드가 글리다. 귀에 익은 노래들이 잔뜩 담긴 엄청난 양의 OST와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글리 멤버들의 공연실황까지 패키지로 즐길수 있으니 눈과 귀가 동시에 즐거워지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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