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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쓰고 있었는데, 이 촌동네의 인터넷망이 말썽을 일으켜, 다시 쓰는김에 포스트로 작성해 본다.

개인적 친분하에 쓰던 댓글을 포스트로 바꾸려면 여러가지 귀찮은 일들이 따라 붙게 마련인데, 가령 이녀석은 아는 후배인데 굉장히 오랜 대화의 단절끝에 필담을 나누게 되었다는 것, 댓글을 달고 있던 이녀석의 포스트는 구글의 유투브 한국어 서비스 중단에 관한 글이었다는 것, 그리고 댓글은 유튜브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그냥 웹이 도구라는 문장에 대한 댓글이었다는 것, 이녀석 가방끈이 길어선지 긴글도 아닌데 한번더 읽어본 끝에 답글쓸 의지가 생겼다는 것과 같은 상황설명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쨌든 정황설명까지 마쳤으니, 나머지는 걍 댓글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인터넷 공간은 도구, 웹은 여러 독특한 특성을 가진 하나의 도구라는 문장보다 그 문장의 저변에 흐르는 '웹이 별거냐'는 정서가 눈에 띄었다. 아니, 감정이입이 되었다고나 할까?

1년을 꼭 채우고 겨우 7자리 숫자에 도달한 블로그 방문자 수에들 현혹된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인들이 가끔 나에게 굉장히 대수롭지 않게 '어떻게 하면 온라인으로 유의미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때마다 '웹으로 뭘 할수 없을거다'는, '웹이 별거나'와 비슷한 정서의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지만, 대게는 잘참고 그나마 뭘 할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 놓았었다.

아마 구글의 ceo도 자신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구글 혹은 웹의 미래가 정말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업가로서 '성공할수 있다'는 비젼을 주주와 소비자에게 '뻥튀기'해서 선동함으로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결과 자신이 말한 것의 반정도는 될 것이라는 현실적인 계산을 하고 있지 않을까? 어쨌든 쏟아져 나오는 웹에 대한 찬사와 장미빛 미래는 현실에서는 정말 잘되면 반토막, 대부분은 그 흔적만 찾을 수 있을 뿐이다.

가령 이녀석이 말한 '웹은 그냥 소통의 도구다'는 장미빛도 아닌 시니컬한 분석만 해도 그렇다. 분명 웹은 소통의 도구고, 시공간의 제약마져 무너뜨리며 전지구를 연결하면서도 민주적인 소통의 도구다. 나는 지금이라도 지구 반대편 사람과 웹을 통해서 대화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구반대편,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아르헨티나였던 것 같은데, 사람과는 당장 언어의 장벽이 있고, 간단한 인사말 말고는 할말도 없고, 지구 반대편은 시차때문에, 인터넷 폐인이 아니라면 이시간에 일어나 있지도 않을거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웹을 통해서 하는 소통은 기껏해야 국내, 그것도 사회성이 나쁜 나같은 사람은 지인들 정도와 소통을 한다. 그리고 이정도 소통은 굳이 웹을 통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 이런 일상소통을 제외하고 정보의 바다 세계로 뻗어나가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하는 소통은 웹 이용의 1%도 안될꺼다.

물론, '대화'라는 리얼타임 방식만 소통은 아니다. 블로그의 포스트를 통해서, 카페의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도 있다. 내가 주장을 하면 누군가가 읽고, 그 누군가가 찬반의 리액션을 하고 나는 또 읽고, 이런 턴방식의 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누구나 언제나 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전지구적인 것도 아니고, 글쓰기 능력과 같은 일반적인 말하기와는 다른 소통방식에 대한 습득도 필요하다. 수십만이 모였다는 카페에 가봐도 정작 글을 쓰는 사람은 적다는 것, 활발한 소통이 일어나는 카페는 소규모에 오프라인 관계가 온라인으로 옮겨진 카페라는 점으로 볼때, 이런 방식의 소통도 누구나 접근해서 일상적으로 사용되어지는 소통의 방식이 아니다.

결국, 웹이라는 것이 아주 혁신적이고 민주적이며 전지구적인 소통의 도구라는 기술적 정의는 현실에서 별반 의미가 없다. 풀즈라우징DMB터치폰을 전국민에게 보급해도 고장날때까지 통화용도로만 사용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처럼, 웹이 가지고 있는 이런저런 전지구적 미래지향적 특징들은 현대인들의 소통을 별반 더 활성화 시키거나 미래화 시키고 있는것 같지 않다. 웹이 가진 그 무한한 가능성과 비견할때 그렇다.

이런, 제 성능과 기능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비생산적인 인터넷 이용을 혁신적으로 바꿔서 높은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쉽게 보이지 않는게 더 큰 문제다. 웹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을 배운다고 '소통'의 깊이나 생산성이 높아질거라고 생각되지도 않고, 그 외에 어떤 방법이 이것을 높일수 있을지 답이 안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생산성이 낮으면 노동시간을 늘려서 보완하는, 지난세기적 방법으로 웹에서 겨우 밀려나지 않고 있다. 소통이 성공할 가능성이 1%라면, 무려 100개의 글을 써야 1명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단순 무식한 방법을 택하고 있는 거라고나 할까...

웹이 뭘 할수 있는가, 그것이 어떤 영향력을 가질수 있는 가는 이런 낮은 실현 가능성을 뛰어넘기 위한 99번쯤의 실패, 그 실패까지의 삽질에 가까운 노동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가 요즘 내가 하는 생각이고, 개인의 삽질로 이런 운하급 물길을 팔 수 없다면,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삽질을 할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좀더 지름길 아니겠냐는 생각까지 발전한 결과,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웹은 전지전능하고 아름다운 도구이자 공간'이라는 나도 믿지 않는 뻥을 치고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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