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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02:48

폭력을 논하기 전에 촛불의 본질을 이야기하자

안타까웠다. 그건 모두 같은 마음이다.

아마, 폭력을 휘두르는 시위대의 동영상을 본 대부분의 국민들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비폭력 평화시위, 그 축제같던 촛불집회에 흠집이 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내 아이의 얼굴에 생채기가 난 것처럼 안타까웠다. 그 밤이 지나가고 누구는 촛불집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고, 누구는 촛불을 꺼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밤의 폭력으로 촛불시위는 정당성을 잃었다고도 한다.

정말 촛불은 꺼져도 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촛불은 도덕성의 과시가 아니었다.
촛불은 주권과 건강권,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다.


애초에 촛불을 들었던 이유를 먼저 집고 넘어가자. 촛불은 촛불시위대가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보다 더 도덕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들었던 것이 아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오게 되면 내 건강이,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 위협받기에 이를 반대하기 위해서 들었다. 모든 권력은 국민들로 부터 나오는 것이 민주주의 임에도 국민들의 우려에 귀를 닫는 대통령에 대한 항의로 들었다.

아직도 이명박은 재협상은 안된다고 하고, 한나라당은 떡고물 몇개 쥐어주는 것으로 해결하려 하고, 법무부와 경찰은 협박과 폭력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려 한다. 애초에 촛불을 들게 되었던 원인은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 지금 촛불을 끈다는 것은 건강권과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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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옳지만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촛불을 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왜 촛불을 들었단 말인가? 대통령이 국민의 의견에 귀 귀울였다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의지를 실현하려 했다면 우리는 촛불을 들 이유가 없었다. 국민들이 재협상을 이야기하는데 자율규제, 원산지 표시를 되풀이 하는 사람들을 그냥 믿고 기다릴 수는 없다.

물론 몇몇의 폭력으로 인해 촛불집회는 도덕성에 타격을 받았다. 도덕성에 타격을 받았으니 촛불을 꺼야할까? 몇년후 광우병 걸린 우리 아이들에게 '몇명의 시위대가 폭력을 휘둘러서 촛불을 끌 수 밖에 없었고, 광우병을 막을수 없었단다'고 말해야 한단 말인가? 촛불을 들었던 이유는 내가 점잖은 사람임을 뽐내고 싶어서가 아니다. 미친소 문제에 대한 아무런 해결이 없는 상태에서 촛불을 끌 수는 없다.

이번의 몇몇 시위대의 폭력은 앞으로 촛불시위가 어떤 방법으로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며 촛불을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한단계 높은 촛불집회로 가는 분기점이 되어야 한다. 결코 촛불을 끄느냐 마느냐의 분기점이 되어서는 안된다.


부도덕한 정부가 감히 촛불의 도덕성을 논하는가?
부도덕한 정부가 하라는 대로 촛불을 끌 것인가?


이야기가 나온김에 도덕성 논란을 살펴보자. 이번 몇몇 시위대이 폭력으로 인해 촛불집회는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절대 때린것도 도덕적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엄연한 잘못이다. 그래서 촛불집회는 정부보다 부도덕해 졌는가?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부에 반대해 국민들이 한 선택은 촛불을 든 것이었다. 여느 부자들은 돈이 쌓여 있는데도 세금을 안내며 버티지만, 이 착하디 착한 국민들은 세금도 꼬박꼬박 내며 오로지 작은 촛불을 하나 들었다. 어느 노인네는 숭례문에 불을 싸질렀지만, 이 착하디 착한 국민들은 작은 촛불을 하나 들었다.

정부는 어떻게 했나? 미국산 소고기는 안전하다고 국민들을 속였다. 30개월 이상 소고기도 안전하다고 국민들을 속였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자 배후가 있다고 모략했다. 할일없는 실업자들이라고 폄하했다. 철없는 오빠부대라고 무시했다. 이제는 사탄취급이다.

경찰은 어떻게 했나? 수천억 횡령하고, 폭행을 일삼는 재벌총수들은 휠체어타고 납셔 주실때까지 굽신굽신대던 이들이 작은 촛불하나 들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물대포와 방패찍기와 구둣발차기와 소화기 분말가루를 선사해 주었다. 그것도 부상자가 속출하는데도 '안전한 진압장비'를 운운했다. 하긴 광우병도 안전하다는데 살수차야 건강에 좋다고 해도 할말은 없다.

그렇게 모략당하고 구둣발로 차이면서도 한달을 넘게 평화적으로 이어온 촛불집회다. 그 무수한 스트레스와 모멸감 끝에 나온 몇몇의 폭력이다. (프락치 이야기는 다루지 않겠다) 그 폭력으로 도덕성이 훼손당했다. 그래서, 촛불집회는 국민건강을 내팽게치고 국민을 속인 정부보다 부도덕해졌는가? 국민을 기만하며 오보를 써내는 조중동보다 부도덕해졌는가? 군화발로 여학생의 머리를 짓밟은 경찰보다 부도덕해 졌는가? 이들에게 '너희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부도덕하고 폭력적이다'는 말을 들어야 당연한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몇몇이 폭력을 휘둘렀으니 이제 경찰폭력에 대해서 할말이 없다'거나 '우리도 똑같이 폭력을 휘둘렀다'는 자학은 옳지 않다. 몇몇이 휘두른 폭력을 수십만의 평화를 바라는 참가자들이 똑같이 나눠 질 필요도 없다. 폭력을 휘두르는 자는 배제하고, 폭력은 말리고, 앞으로도 비폭력으로 평화적인 촛불시위를 이어나가자는 자성이면 충분하다.


폭력을 반대한다면 촛불은 나누어져서는 안된다.
'비폭력'을 더 크게 외쳐라.

어제의 폭력에 반대해 별도의 촛불집회를 열자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촛불은 나누어져서는 안된다. 그건 이명박이 가장 바라는 일일 뿐이다.

마지막까지 함께 있지는 못했지만, 나도 그날 시청앞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도 폭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촛불집회는 그날도 순수했고, 그날도 평화적이었다. 몇몇이 벌인 폭력은 그날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 전부에게 책임을 지워서는 안된다. 폭력을 행사한 몇몇을 배제시켜야지, 다른 촛불집회를 연다면 촛불의 힘을 분산시킬 뿐 아니라, 다른 촛불집회에서는 폭력이 일어나도 방관하겠다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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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방관하는 것은 비폭력이 아니라 또 다른 폭력일 뿐이다. 비폭력을 원한다면 촛불집회에서 더 큰 목소리로 비폭력을 외치자. 폭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을 더 적극적으로 말리자. 예비군들로 이루어진 자발적이고 훌륭하지만 통제되기 힘든 방식보다는 좀더 우발적 폭력이나 사태에 대비할수 있는 방법도 만들자. 그것이 진정한 비폭력 촛불집회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명박이 바라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그것이 촛불의 본질이며, 내일도 촛불이 밝혀져야 하는 이유다.


내 지인이 군화발에 차이는 것을 본다면 아마 나도 폭력을 휘두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폭력을 휘둘러 봤자 우리가 촛불을 들었던 목적은 달성할 수 없다. 아니 폭력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광우병 소고기가 들어올 확률은 높아진다.

광우병 소고기를 막는 싸움은 맘에 안들어서 실컷 투정이나 부려보는 싸움이 아니다. 진짜로 꼭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그리고 우리는 처음부터 어떻게 하면 이기는 지를 알고 있었다. 바로 비폭력 평화시위면 이길수 있다. 한명이 안되면 백명이 백명이 안되면 만명이, 만명이 안되면 백만명이 촛불을 들면 이길수 있다. 하루로 안되면 한달을, 한달로 안되면 1년을 싸우면 이길수 있다.

조급한 마음에 주먹을 내지르지 말자.
그리고 제발 다치지 말자.
오늘 안되면 내일 다시 촛불을 들자.
아이들에게 국민이 평화적인 촛불을 들면 어떠한 것도 이것을 막을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자.


참을성 없는 몇몇이 폭력을 휘둘렀다고 해서, 이명박이 바라는 세상을, 조선일보가 바라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그리고 그것을 막을수 있는 방법이 우리에게는 촛불밖에 없다. 이것이 촛불의 본질이며, 내일도 촛불이 밝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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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ubject 쇠고기 집회 프락치난동에 대한 진상 및 반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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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ubject ZZiRACi의 생각

    Tracked from zziraci's me2DAY 2008/06/10 13:34 delete

    폭력을 논하기 전에 촛불의 본질을 이야기하자 : 나름 의미있는 지적, 논쟁에 파묻히기 보다는 그 본질을 돌아봐야 한다.

  1. 꿈틀꿈틀 2008/06/09 06:08 address edit & del reply

    어느 등신이 촛불을 끄라고 했나보죠?

  2. ZZiRACi 2008/06/10 13:33 address edit & del reply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