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영등포 갑 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 전여옥의 막말이 논란이다. 전 후보는 지난달 27일 영등포 구청역 앞에서 거리유세를 하던 중 "반드시 우리 영등포역에 KTX를 세우겠다"면서 "그러려면 노숙자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막말'이라는 단어를 빼고 전여옥의 이 발언을 설명할 단어가 있을까? 노숙자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물론 일부는 신용상의 문제나 주민법상의 문제로 선거권자가 아닌 분들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지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국민을 대표해서 국회에 들어가겠다는 국회의원 후보 전여옥이 '국민들을 정리하겠다'고 한것이다.
논란이 일자 전여옥은 "현재 영등포구청 역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자들의 주거 대책 등을 마련해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면서 "유세할 때 길게 설명하지 못하고 딱딱 끊어지는 표현을 쓰다 보니 그런 식으로 오해를 한 것 같다"고 강변했다.
강변일 뿐이다. 말은 생각의 표현이다. '노숙자 주거대책을 세우겠다'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정리하겠다'고 표현한 것은 노숙자를 '정리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전여옥의 인식의 반영이다. 노숙자를 정리해야할 대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후보가 세운다는 노숙자 주거대책은 결국 '정리대책'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명박, 그리고 전여옥의 천한 개발논리가 두렵다.
전여옥은 막말이 논란이 되자 "노숙자들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주민들도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경제만 살리면 OK'로 이미 크게 성공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전술을 차용한 이말은 결국 '개발이익 안겨줄테니 노숙자 막말은 문제삼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번듯한 KTX역이 세워지면 '정리'되어 버릴 노숙자들의 아픔따위는 묻힐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이명박식 '숫자성장주의'와 연결된다. 영업이익률 숫자만 높아진다면 비정규직 따위는 언제든지 정리해도 된다고 보는 생각, 중소기업 다죽이고 대기업 몇개가 수출 조금 더해서 경제성장률 숫자가 조금더 높아지면 된다고 보는 생각, 쓸모도 없는 대운하 파서 환경 망가뜨리고 세금 쏟아부어도 '건설일용직' 고용 숫자만 조금더 높아지면 된다고 보는 생각. 국민의 삶의 질이나 다수 국민의 보편적 경제이익이 감소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숫자만 증가하면 성장이라고 생각하는 이상하고 '천한 성장주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대놓고 숫자만 쫓아가는 이명박식 성장주의의 스코어가 오히려 노무현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수구꼴통들이 빨갱이 국가라고 하는 유럽의 사민주의(이제는 사민주의라고 보기도 어려운 국가까지 포함한) 국가들의 스코어보다 형편없는 경제상황을 만들고 있다.
숫자 높이는 것은 아주 쉽다. 예전에 노회찬이 이야기 했듯이 대운하 고용창출의 두배의 고용창출은 운하를 팠다가 다시 덮으면 된다. 회사의 영업이익 증가는 직원들 해고하면 된다. 수출증가는 덤핑하면 된다. 경기부양? 부동산값 집값 올리면 된다.
문제는 이렇게 일시적으로 숫자를 올려서 득을 보는 사람이 누군가이다. KTX역 유치로 주변 땅을 가진 사람만 이득 보는 사회, 일시적 영업이익 증가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만 득을 보는 사회, 집값 상승으로 땅부자들만 이익보는 사회가 될 뿐이다.
반면에 국민들은 비정규직과 해고와 높은 전세값과 높은 물가를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고스란히 내수시장의 붕괴로 이어지고 한국 총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도산으로 이어지고, 중소기업의 도산은 대운하 따위로는 감당도 안될 어마어마한 실업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부자들을 위한 경제논리, 국민 삶의 질보다는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제논리를 어찌 천하다고 하지 않을수 있겠나? 지금 정리해야 할 것은 노숙인이 아니라 이런 천한 성장논리, 그리고 이런 논리를 가지고 국회에 가겠다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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