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의 정치세력화, 평화통일 가정당
이번 총선은 아마도 가장 많은 신당이 출몰하는 총선이 아닐까 싶다. 이번 총선과정에서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온 친박연대, 지난 대선과정에서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온 자유선진당, 대선후 민주노동당에서 떨어져나온 진보신당 등이 이번 총선을 맞아 새로 창당한 정당들이다.
뿐만 아니라 허경영의 경제공화당을 비롯해 총 20여개의 정당이 선관위에 등록신고를 마쳤고 18개 단체가 창당준비위 결성신고를 냈다고 하니 40여개의 정당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바로 평화통일 가정당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정당이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것도 신당답지 않게 전국 254개 전체 지역구에 후보를 공천하는 조직력까지 선보이고 있다.
평화통일 가정당(이하 가정당)은 일반인들에게 통일교라고 흔히 알려져있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일반인에 익숙한 통일교로 표현)'을 근거로 하고 있다.
최근 가정당은 논평을 통해 '특정 종교와 연관이 없는 공당'임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정당법에 근거해 창당한 공당임으로 가정당의 주장이 사실인 것은 틀림 없으나, 거의 모든 후보자가 통일교 관련단체 출신인데다, 당명부터 당로고까지 통일교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담고 있으므로 사실상 통일교의 정치세력화로 볼 수 밖에 없다.
가정당,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가정당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가정당의 이번 총선의 주요 정책과 공약은 다음과 같다.
1)자녀 가정 1인 대학까지 무상교육 및 군면제,
2) 3대1 가정 주거개발 및 세제지원,
3) 결혼식부터 금혼식까지 부부 백년해로수당 7차례 지급.
△튼튼한 가정 만들기
1)신호주제법 및 변성금지법 제정,
2) 간통 및 성범죄자 처벌 강화,
3) 출산장려정책 -산전 및 출산의료비 지원확대,
4) 가족가치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
이외에도 통일정책으로 실향민 고향방문이나 남북총선대비 전담기구 설치등을 주장하고 있으며, 한일해저터널, 유라시아 고속도로 건설 등을 공약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공약들은 '신문명 참가정사회, 세계평화, 통일'등의 통일교의 교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결국 가정당은 통일교 교리의 사회적용 및 확대를 위한 정치참여적 정당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종교단체의 정치참여, 반대할 이유는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국가의 구성원은 피선거권을 기본권으로 갖는다. 따라서 통일교의 정치참여를 반대할 이유도 반대할 권리도 없다. 더구나 정당법, 선거법을 준수하며 만들어진 공당과 공천된 후보이니 총선에서 마땅히 정당 그리고 국회의원 후보로서 자격을 갖춘것도 맞다.
또한 이미 종교는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김성이씨는 '양극화는 신앙으로 극복가능하다'고 했음에도 양극화를 해결해야할 복지부장관으로 임명이 된 판이다. 이를 기독교의 정치참여가 아니라고 말할수 있을까?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소망교회의 장로라는 것을 공공연한 경력으로 밝혔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 통일교는 정치참여를 하면 안된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 양극화가 신앙으로 극복이 가능하다면 그 신앙이 꼭 기독교일 이유는 없지 않은가?
가정당, 기독교를 벤치마킹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종교단체들의 정치참여와 최근의 근황을 보면, 역시 종교단체의 정치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을 수 밖에 없다. 종교란 기본적으로 신앙체계,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배타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의 핵심은 국민통합력이다.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정책을 내고 이것을 바탕으로 국민다수를 위한 행정, 입법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타성을 갖는 종교의 정치참여는 통합력에서 약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양극화를 신앙으로 극복하라는 것을 부자들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서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 십일조로 130억을 내는 이랜드 박성수 회장이 월급 백여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아줌마들을 인건비를 아낀다는 명복으로 해고한 것을 이 아줌마들이 신앙으로 극복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양극화 해소방안은 갈등을 조장하게 된다.
통일교가 교리인 '가족행복' '세계평화'에 기여하며 또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도 그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고자 한다면 꼭 행정부와 입법부, 정치권력의 핵심부를 지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통일교의 사업체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해서 가족행복을 지키는 재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세계평화를 위한 사회운동이나 시민운동 영역에서 교리를 실천하면서 국민들에게 긍정성을 입증받는 것은 어떨까?
한국에서 정치지향적인 종교, 배타적인 종교, 대형 종교건물 짓기에 몰두하는 종교가 아니라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종교'로 평가될 수 있다면 통일교의 정치참여를 적극 지지할 뿐 아니라, 나도 통일교를 종교로 가져볼 의향이 있다. 하지만 단지 종교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미 실패한 수 많은 삼류정치인들과 동급의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통일교, 양날의 검을 잡기 보다는 안전한 손잡이를 잡는 것은 어떤가?
덧.
종교란 것이 워낙에 민감해서 쓸까말까를 고민하다가 말하고 싶은 건 못참는 성격이라 몇자 씁니다.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종교에 대한 호불호도 없다고 말할수는 없겠지요.
단, 이글의 주제는 정치이고, 종교도 마땅히 정치에 참여할 수 있으며,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종교의 정치참여 방향을 정리한 것 뿐입니다.
객관적으로 쓰려는 노력은 했습니다만, 신앙을 가지신 분들에게 약간의 불쾌감도 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종교인과 비종교인이 어우러져 사는 사회에서
한 비종교인의 종교(종교인이 아닌)에 대한 소감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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