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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3 10:23

우리는 아주 고약하고 뻔뻔한 거짓말의 잔치를 목격하고 있다.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와 집권여당과 기업과 보수언론들이 펼치는 사상초유의 '800만 비정규직 사기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범죄재구성 #1. 밑밥 던지기.

사기극 준비의 첫단계는 피해자의 눈길을 끌고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부터 시작했다. 무당이 '주변에 아픈사람이 있지않냐?'고 질문하는 것처럼 흔한 상황을 피해자의 특별한 상황인냥 믿게해 사기를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공범중 하나인 노동부는 갑자기 '대량해고'가 발생할테니 조심하라는 점괘를 내놓기 시작했다. 물론 비정규직은 매일 혹은 매달 해고되는 사람들이다. 800만명 비정규직이 모두 일용직이라면, 대한민국에서 하루에 해고되는 비정규직은 800만명이다. 비정규직에게 해고는 늘상 일어나는 일이다. 친척중에 아픈사람 한두명은 있는게 당연한 것과 같다.

하지만 장관이라는 '고위공무원'이 나와서 이것을 '대란' '초유의 사태'등의 단어를 쓰며 뭔가 특별한 상황인 것처럼 믿게 만들었다. 비정규직은 언제 짤려도 이상할게 없는 사람인데, 특별히 7월에 짤린다는 시점을 정하고 그 수가 얼마인지 부풀리는 것으로 일상적위기를 '특별한 위기'로 조작했다.

범죄재구성 #2. 공범들의 역할분배

사람들이 사기에 당하는 이유는 사기꾼들은 치밀한 역할분배가 되어있는 다수인데,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혼자이기 때문이다. 사기꾼들은 다수의 바람잡이를 동원해 거짓말을 여러 사람의 입으로 전함으로서 피해자가 그것이 진짜인냥 믿게 만든다.

비정규직 문제를 단순히 논리적으로 보면,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는데 기업이 이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럼 기업들의 위법을 처벌하거나 법을 지키도록 유인책을 쓰면 된다. 일단 법을 적용시키고 문제가 있으면 개정해도 된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기업이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돈을 중간에서 착복하기로 마음을 먹게된다. 그래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정부와 언론을 동원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속이기로 한 것이다.

사기의 내용은 좀 싸구려다. 우선 미적미적 미룬다. 집에 우환이 있다거나 부모님이 갑자기 아프시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럼 공범중 하나인 보수신문이 은근슬쩍 끼어들어 '옆마을에는 아에 정규직이 없다더라' '지금 돈줄 사정이 아니다더라'와 같은 본질을 흐리는 말들을 쏟아낸다. 또다른 공범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조금만 기다리면 주겠지' '2년은 더 기다리는게 인지상정'이라는 말을 속삭인다.

범죄재구성 #3. 폭력과 위협의 사용

그래도 아직 의심하는 비정규직들에게, 드디어 범인들은 강수를 두기 시작한다. 살짝 문신을 보여주거나, 옆동네 누가 맞아서 입원했다더라는 식이다.

정부는 자신들이 해고시켜놓고 '공기업 직원들 해고되는거 봤지?'라며 으름장이다. 기업은 '돈없어, 싫으면 해고되던가?'라며 똥배짱이다. 언론들은 '좋은말 할때 들어'라며 거든다.

범죄재구성 #4. 시간을 촉박한 것처럼 만든다.

정상적 사고를 한다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 안되는 일로 반대하고 반항해야 할테지만, 거듭된 위기감 고조, 전방위적 압력, 게다가 마치 시간이 촉박한 것처럼 상황을 속이는 치밀함에 점점 사리분별력을 잃게 만든다. 경품이나 응모사기에서 '오늘이 세일마감이다'라거나 카지노에 창문을 없에 시간감각을 없에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노동부는 '7월 1일이면 백만명 해고된다' '이제 두달밖에 안남았으니 정규직 포기해라' '이제 정말 2주 밖에 안남았다. 너 큰일난다'며 위기감을 증폭시킨다. 7월이 왔는데도 별위기가 없지만 이 위협은 계속된다. '이거 시작된거야. 내일이면 큰일나'를 반복한다.

범죄재구성 #5. 본격사기

이제 제반여건이 다 갖추어지면 본격적인 사기를 시작한다. 계약서의 중요한 사항을 깨알같은 글씨로 안보이는 곳에 둔채 서명을 받는 사기수법과 같은 방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장의 해고대란은 막아야하니 우선 유예하고 근본대책을 세우자. 단 근본대책은 노동시장 유연성이다(7월2일 민관합동회의)'고 말한다. 주 목적을 뒤로 빼고 '해고의 자유'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란 말로 바꾸는 치밀한 수법이다. 직역하자면, 2년의 해고자유는 짧으니 해고의 자유를 더 늘리자는 말이다. 기업들도 '당장의 해고대란은 막아야 되니 우선 법적용을 유예하자. 단 근본적인 대책은 비정규직보호법 철폐다(7월2일 경제5단체장 공동기자회견)'고 말한다.

당장의 유예가 해고대란을 막는 것처럼 급하게 인감을 찍으라고 하지만 실제 중요한 이들의 목적은 부수적으로 등장하는 '노동시자유연성' '비정규직보호철폐'다. 이들의 관심사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선례와 경험'을 방지함으로서 궁극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모든 보호를 없에 '무한해고의 자유'를 얻는것 뿐이다.

 
참으로 훌륭한 사기극이다. 정부와 기업과 보수언론이 굳건한 팀웍으로 각자 맡은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정도면 누구라도 속을 수 밖에 없다.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이 사기극은 그 결실을 얻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가지 문제는, 이 사기를 너무 오래 해먹고 있다는 것이다. 똑같은 방법의 사기를 계속치니 슬슬 사람들이 이 사기수법을 의심하고 있는 거다. 하긴뭐. 그래도 쪽수가 있으니 상관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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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흐흐흐
    2009/07/03 11:13
    잘 읽었습니다. 쉽게 잘 써 주셨네요.
    이건 여담인데 무슨 폰트를 쓰신지는 몰라도 웹용으론 안 맞는거 같아요. 너무 많이 깨져보이네요
  2. 동감
    2009/07/03 12:06
    쉽게 써 주신 덕에 비정규직에 대한 이해가 수월해졌습니다. 지금 이 사태가 왜 쟁점인지도... 그들의 조삼모사를 잘 알고 대처해야 하겠네요.
  3. fatbelt
    2009/07/03 21:25
    2년후 정규직으로 계속해서 고용하도록 법이 강제한 것은 아니였죠. 2년후 계속해서 일을 시키려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했습니다. 해서 당시 노동계에서 심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법안 대로라면 기업이 그들을 그냥 해고 시킬수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은것이죠. 노동계에서 시위를 하고 적극 반대했는데도 불구하고 법안은 밀어붙여졌고 통과 됐습니다.
    덕분에 아무 잘못없고 기업도 계속해서 일을 시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해고해야하는 그 진통을 이제서야 겪는 것 뿐입니다. 실질적으로 모두가 불평하는 그 비정규직 마저 없는 실업자로 만드는 법이 되버린 셈이죠.
    현재 상식으로는 국가가 기업에게 비정규직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라 강요할수도 없습니다. 강요한다 하더라도 정규직 전환후 1개월 만에 기업은 해고할수도 있고, 1년 내에 해고하지 못한다는 강제를 두어도 1년 후에 해고할수도 있는 문제, 그리고 철밥통? 이 생겨버린 사람들이 제대로 일도 하지 않고 이직만 생각하며 노는.. 골칫거리가 될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생각하는 것 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죠.
    • 낮은표현
      2009/07/03 21:53
      맞습니다. 실제로는 2년간의 상시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고용을 합법화하는 법이라고 비판받았죠. 또, 2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의무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한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이것도 2년이 지나면 해야한다는 그래서 해고해버리면 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즉 지금의 비정규직 보호법은 사용주가 언제든지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해고할수 있도록 만들어준 법이라고 보는게 타당하죠. 실제로 이 법이 통과되고 나서 기업들을 위해 내줄건 다 내준 실효도 없는 법이라는 비판마져 나왔으니까요.

      문제는 정부와 기업들이 이런 완전해고의 자유가 보장되는 2년을 얻었으면서도, 2년이상 상시적으로 고용이 필요한 일자리에 있던 소수의 비정규직들에 대한 정규직 채용도 못 받아들이겠다고 나온데 있는 겁니다.

      기업측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맺어진 약속인데도, 그 약속마져 안지키면 신뢰가 생길수가 없죠. 그래서 유예니 뭐니 하는 것들도 안먹히는 거라고 봅니다. 노동부나 정부나 기업이 조금이라도 상식적이면, 제도시행으로 정규직 전환후 발생하는 문제를 보완할 추가입법을 하는게 맞겠죠. 2년동안 잘 써먹다 이제와서 그런약속은 못지킨다면서 1년유예하자 2년유예하자면 이걸 누가 믿겠나요.
    • fatbelt
      2009/07/04 01:53
      이건.. 솔직히 횡설수설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군요. 당시 제정된 법안이 그럴진데, 지금와서 현 정부를 보고 비난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2년이상 상시적으로 고용이 필요한 일자리인지 아닌지는 기업이 판단할 일이겠죠. 왜 기업이 정규직 채용으로 전환하지 않는지 아직까지 모르시는것 같은데.. 비용때문입니다. 장사 해보시면 압니다. 비용상관없이 무조건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것은.. 지금 떼쓰고 있는 쌍용노조의 요구와 다를바 없는 것입니다.
      그 약속이란게.. 2년이상 고용이 필요해서 기업이 계속해서 고용하고 싶으면 추가적인 비용을 감수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인데, 기업이 계약연장을 하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찾겠다 하면 그만입니다. 처음부터 그런 헛점이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당시 노동계에서 입법을 반대했습니다. 다시말하지만 그 약속은 반드시 다시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것이 아니였습니다. 어기지 않은 약속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예에 관한것은 제 블로그에 와서 읽어보는게 나을듯 싶습니다.
    • 낮은표현
      2009/07/04 13:14
      현정부가 비난받는 이유는 저 부실하기 그지없는 법의 적용마저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법이 허접한게 현정부의 책임은 아니죠. 한나라당이 일부 책임은 있겠지만, 현정부가 비판받는건 법집행기관이 법집행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년이상 상시고용을 할지말지를 법으로 정한게 아닙니다. 다만 상시고용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그 고용형태는 정규직으로 하라는게 법조항이죠. 여기까지가 약속입니다.

      지금 기업들이 하고 있는 것은, 법으로 정한 2년이 지나도 비정규직으로 쓰게 해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겁니다. 약속은 2년 후에는 '적용한다'였는데 이제 이약속을 깨는 겁니다.

      누구도 기업의 해고자유를 훼손하지 않았습니다. 단 도덕적 비난은 하고 있죠. 어쨌든 기업들은 해고자유가 있습니다. 문제는 기업들이 계속고용을 하고 싶다는 거고, 여기서 약속을 깨달라고 하고 있는거죠.

      누가 떼를 쓰고 있는지 이해가 가십니까?
  4. 수호천사
    2009/07/04 19:07
    정부의 비정규직 사기극을 알기 쉽게 정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퍼가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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